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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머~제 몸값 얼만지 아세요?
뉴스종합| 2012-03-05 10:21
전국 50마리 활동중
신부만 120만 마리 ‘정력왕’

씨수퇘지는 3500여마리
암퇘지 800만마리 번식 책임
소와 달리 주로 액상정액
한 팩당 1만3000원 정도

말은 인공수정 금지
씨수말 교배 평균 500만원
우수혈통은 억단위 받기도


“음메~ 내가 말이에유~ 부인이 전국에 4만이나 되유~.”

한 씨수소의 말이다.

전국 120만마리의 암소의 남편, 씨수소는 50마리. 이 50마리가 전국 120만마리의 암소에게 정자(精子)를 주고 있다.

씨수퇘지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3500여마리의 인공수정용 돼지인 씨수퇘지가 전국에 있는 800만마리 돼지를 책임(?)지고 있다.

이에 반해 말(馬)은 다르다. 말은 국제적으로 인공수정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우수한 혈통을 갖고 있는 말의 경우 한 번 행차해 한 번 행위(?)를 하는데 무려 500만원이나 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음메~.” 내가 씨수소라니까요= 씨수소라고 불리는 소가 있다. 국내에 약 50마리 정도가 있다. 이 소들이 국내 농가에 있는 소 200여만마리의 남편이자 아버지다.

소는 국내에서는 직접교배가 이뤄지지 않는다. 99%가 정부에서 씨수소로부터 채취한 정액으로 인공수정을 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매년 20마리의 씨수소가 선발된다. 엄선된 후 2년6개월 정도 씨수소로 쓰인다.

이들 씨수소는 충청남도 서산에 자리한 한우개량소에서 육성된다. 이곳에서는 적게 먹지만 많이 성장하고, 여기에 육질(肉質)까지 뛰어난 ‘슈퍼소’라 불리는 씨수소를 매년 20마리씩 선발한다. 이렇게 선발된 씨수소는 국내에 있는 120만마리의 암소에게 정액을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새끼소를 생산하게 된다.

씨수소 한 마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5년가량 걸린다. 선발 과정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까다롭다. 발육성적이나 혈연관계에 있는 소들의 육질을 보는 ‘당대검정’과 그 자손들까지 보는 ‘후대검정’까지 거친다. 조상은 물론 후손까지 샅샅이 점검하는 것이다.

씨수소는 키우는 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20마리를 키우는데, 200억여원이 든다. 한 마리당 10억원이 드는 셈이다.

씨수소가 선발됐다고, ‘힘닿는 데까지’ 무조건 정액을 뽑지는 않는다. 근친을 막기 위해서 씨수소 한 마리당 10억마리의 정자만 생산할 수 있게 정해져 있다.

씨수소가 생산하는 정액은 스트로라고 불리는 통 안에 보관된다. 스트로 한 통에는 정자 1800만마리가 담긴다. 씨수소는 마리당 보통 12만개의 스트로를 채운다. 이후에는 더 이상 정액을 채취하지 않는다. 유전자의 등급에 따라 스트로 1통 가격은 3000~1만원 사이. 몸값에 비해 정액 값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채취한 정액을 처리하는 방법은 액상과 동결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그러나 씨수소 정액의 경우는 동결정액만 사용한다. 영하 196도 액체질소 내로 동결된 소 정액은 가축 인공수정사와 수의사 등에 보급돼 농가에 배달된다.

독특한 점은 한우 농가들은 인공수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 농가에 있는 수소들의 90%가 실 교배를 할 수 없는, 생식기를 잘라낸 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암소의 경우가 수소보다 근육 내의 지방 함유량이 높으며 근육 내 지방이 높을수록 고기가 맛있다. 암소가 수소보다 맛있는 이유다. 한우 농가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수소를 거세시키고 있으며 현재 국내 농가에서 길러지는 대부분의 수소는 거세된 상태다.

한국의 소는 일본의 와규(和牛) 다음으로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앵거스, 새로래 등이 유명한데 이 소들은 한우로 치면 2등급 정도의 품질밖에 되지 않는다. 한우 씨수소의 유전자가 좋기 때문이다.


▶“꿀~꿀~.” 저희도 정자를 공급한다니까요= 돼지도 대부분 인공수정으로 번식을 한다. 돼지 번식을 위한 인공수정센터는 전국에 52곳이 있다. 이곳에는 인공수정용 씨수퇘지 3500여마리가 있다. 이들 씨수퇘지가 전국에 있는 암퇘지 800만마리의 번식을 책임지고 있다.

씨수퇘지 중 30% 정도는 외국 출신이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됐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직접 길러진다.

소와는 달리 돼지 정액보급은 민간에서 맡는다. 민간 인공수정센터가 돼지 정액을 팩이나 병 등에 담아 택배 등으로 종돈장에 보낸다. 인공수정센터에서 나온 정액은 한 팩에 1만3000~1만5000원 정도한다.

국립축산과학원 양돈부에 따르면 돼지 정액은 액상과 동결로 거래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액상정액으로 팔려나간다.

정자 수가 25억~30억마리가 있는 액상정액은 80~100㎖ 한 도스(바카스병이나 팩의 크기)씩 팔린다.

돼지의 경우 한 번 사정을 하면 200~250㎖의 정액이 나온다. 여기 담긴 정자 수가 400억마리 정도 된다. 한 번 사정으로 13병을 만들 수 있다. 수송된 돼지 정액을 매입한 농가에서 17~18도로 유지, 보관되며 수정을 기다린다. 동결정액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소의 경우와는 달리 돼지는 주로 액상정액이 쓰인다. 한 번에 낳는 개체 수도 많고, 자주 놓을 수가 있기 때문에 수태율이 떨어지는 동결정액은 잘 쓰이지 않는다.

▶“히히힝~.” 저희는 비싼 몸입니다= 말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직접 사랑하게 놔둬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공수정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혈통 좋은 정액이 무분별하게 빠져나가면 경주마의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국제협약으로 인공수정은 금지돼 있다. 정부와 민가에서는 말 생산을 위한 씨수말을 키워 민가에 보급한다.

씨수말은 우수한 성적을 얻은 말들의 부친 격이 된다. 이렇다 보니 씨수말들이 한 번 행차하는 데는 비싼 값을 받는다. 민가에서 씨수말들을 교배시키려면 평균 500만원은 줘야 한다.

혈통 좋은 씨수말들은 교배 시 ‘억단위’를 받기도 한다. 씨수말 중에 가장 우수한 말을 ‘리딩사이어(leading sireㆍ최고 종마)’라고 한다. 한국마사회는 씨수말의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엑스플로잇’이 리딩사이어로 등극했다. 엑스플로잇의 경우 자마(子馬) 112마리가 경마에 출전해 34마리가 51번 우승했을 정도다. 이들 자마가 탄 상금 금액만 33억3000만원에 이르니 엑스플로잇의 정자 값으로 수백~수천만원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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