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에 수요 급감
코스피가 2000 고지에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조정 우려 사이 속 주춤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상승 또는 하락 시 차별화된 이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인기가 줄고, 시장지수(코스피200)를 따라가는 일반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일부 섹터 ETF들이 연초 이후 20~3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부족한 유동성 탓에 대부분이 ‘그림의 떡’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8종목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9월 8397억원에서 지난달에는 3636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거래대금이 불과 5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설정액을 기준으로도 지난 1월 레버리지 ETF에서 3344억원의 순유출이 있었고, 2월에는 인버스 ETF에서 1267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상위권은 섹터 ETF가 독차지 하고 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는 조선 업종에 투자하는 ‘KODEX 조선’으로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37%다.
이어 ‘TIGER 조선운송’(29.3%), ‘KODEX 은선물(H)’(29.2%), ‘KODEX 증권’(23.9%)이 수익률 상위를 차지했다. ‘KODEX 운송’(19.9%)과 ‘TIGER 에너지화학’(18.4%)도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그럼에도 레버리지와 인버스에서 빠진 자금이 향한 곳은 섹터가 아닌 KOSPI200 추종 ETF다. KOSPI200 ETF가 전체 ETF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41%에서 지난 2월 말 52%까지 높아졌다.
섹터 ETF가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외면받는 것은 유동성 때문이다. ETF의 장점은 펀드와 같은 분산 투자, 주식과 같은 매매 즉시성이다.
그런데 섹터 ETF는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워낙 작아 필요할 때 사고 팔기가 쉽지 않다.
지난 2월 월간 기준 ETF 유형별 거래량을 보면 인버스 1844만주, 레버리지 1691만주, 코스피200 303만주 순으로 많았다.
반면 섹터 ETF는 상장 종목수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37만주에 그쳤다. 거래대금도 레버리지 2274억원, 인버스 1361억원, 코스피200 824억원 순으로 많았다. 섹터 ETF는 고작 43억원에 불과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ETF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KOSPI200을 넘어 보다 다양한 ETF에 대한 수요 창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