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봄, 여자의 옷은 ‘색’과 ‘무늬’로 말한다
라이프| 2012-03-08 08:49
사람들이 가장 참견하기 좋아하는 게 뭘까. 겉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참견에 매우 민감하다. 누군가 와서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은 별로야” 라고 말하면 ‘피식’ 웃을 수 있지만, “당신 옷이 촌스럽다” 고 얘기하면 얼굴이 빨개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책과 자신을 동일시하진 않지만, 옷에는 예민한 경향이 있다.

하루에도 수천개씩 패션 경향 분석이 쏟아진다. 이게 다 ‘외모 지상주의’를 앞세운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면서도 우리는 ‘유행’이 신경 쓰인다. ‘내면의 멋’이 더 가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그 ‘멋’을 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래서 우린 다시 원점에 선다. 올 봄엔 어떤 옷이 유행할까. 날이 따뜻해질수록 궁금하다. 봄 쇼핑 나서기 전, 큰 흐름 한번 훑어보자. 봄 거리를 점령할 색상과 무늬로 살펴보는 2012 S/S 패션 경향이다.


▶봄처럼 통통 튀는 ‘네온(Neon)’= 수년 전만해도 ‘여름색’이었던 형광 색상이 올해는 봄부터 소식을 전한다. 네온컬러의 기습엔 속사정이 있다. 온난화 등 이상기후로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졌기 때문.

의류매장 진열대에선 계절이 사라진지 오래다. 봄ㆍ여름 공통으로 입을 수 있는 제품은 물론이고 사계절을 위한 옷이 항상 구비돼 있다. 따라서 초여름부터 앞다퉈 출시되던 형광색 제품이 일찍 눈에 띄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 엔 아랑곳 없이 형형색색 네온 컬러는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빛을 뽐낸다. 분홍, 초록, 노랑, 감귤색 등 응축된 봄기운이 트렌치 코트, 가방, 시계, 안경 등 다양한 제품에 제 힘을 발휘한다.

형광색 제품을 착용할 때는 넘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멋쟁이라고 해도 온몸을 튀는 색으로 도배하는 것은 금물. 이때는 스카프 등 소품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원색보다는 무채색 계열 의상과 함께 착용하면 세련되게 연출 가능하다. 



▶진짜 멋쟁이는 봄에도 ‘블랙(Black)’= 검정은 사실 겨울을 대표하는 색. 밀라노,뉴욕, 런던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검정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가을ㆍ겨울 컬렉션의 주요 색상으로 런웨이를 활보했다.

검은 입술의 모델, 옆트임이 깊은 블랙 드레스, ‘은하철도 999’의 여주인공 메텔을 떠올리게 하는 두툼한 털모자 등 디자인과 소재는 달라도, 무심한 듯 세련된 매력을 풍기는 검정은 올 F/W 패션의 ‘시크(chic)’한 경향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올해는 이렇게 ‘차갑지만 세련된’ 디자인이 봄부터 거리를 점령할 기세다. ‘흑룡의 해’ 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만, 전 세계적 경기불황 분위기가 패션계에도 반영된 탓이 크다. 이상기후 만큼이나 씁쓸한 배경이다.

하지만 검정 의상은 어떻게 입어도 ‘기본’은 되기 때문에 ‘패셔니스타’와 ‘패션 테러리스트’와의 간격을 좁혀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해도 멋스럽다.

또, 소품 1~2개만 검정 계열의 무늬가 반영된 것으로 고르면 조금 더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봄옷 위에 살짝 얹혀진 검정 스카프는 자칫 가벼울 수 있는 봄 의상에 무게감을 더해 주기도 한다.



▶봄 대표 무늬 꽃…소녀 감성의 부활= 부담스럽지만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 스타일링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형광 색상처럼, 봄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인 꽃무늬 옷도 그중 하나다.

올봄에도 국ㆍ내외 수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꽃무늬를 내세운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안개꽃처럼 수수한 무늬부터 화려한 꽃이 만개한 그림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한층 발전한 문양으로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꽃무늬가 적용된 제품의 범위가 전보다 훨씬 넓어진 게 특징. 


스페인 브랜드 ‘호스 인트로피아(hoss INTROPIA)’의 예주연 차장은 “꽃무늬가 원피스나 스커트 중심에서, 바지에도 적용될 만큼 과감해졌다” 며 “난이도 높은 아이템이지만 무채색 의상과 맞춰 입으면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 고 조언한다.

스카프 등 꽃무늬 소품은 낭만적 소녀의 감성을 환기시킨다. 이때 크기가 중요한 데 잔잔한 꽃은 귀여운 데이트룩을 만들어 주고, 크고 화려한 꽃은 셔츠나 블라우스와 착용, 결혼식 하객 의상이나 파티룩을 연출한다. 꽃무늬 스카프는 그 자체로 장식적 느낌이 강하므로 귀걸이, 목걸이 등은 자제한다.



▶표범ㆍ뱀ㆍ얼룩말…‘애니멀 프린트(Animal Print)’= 매년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형상화한 제품이 인기를 끈다. 올해는 용무늬 아이템이 연초부터 출시됐다. 이와 함께 얼룩말ㆍ표범ㆍ뱀피 등 다양한 애니멀 프린트가 봄부터 강세다. 


사실, 동물 문양은 검은색처럼 가을ㆍ겨울에 많이 나오는데 봄하면 떠오르는 꽃무늬와는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올봄 제품에서는 동물 문양이 눈에 많이 띈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검정 등 어두운 색상이 지배적인 흐름을 타면서 무늬도 ‘시크’한 매력을 놓칠 수 없었던 듯.

애니멀 프린트는 정장보다는 청바지 등 캐주얼한 옷차림에 더욱 잘 어울린다.또 스카프, 구두, 작은 손가방 등 2개씩 짝을 지어 같은 무늬로 맞춰주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통일성은 살아나 세련돼 보인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pdm@heraldcorp.com 

[사진제공=레오나드ㆍ시스템ㆍ데님앤서플라이ㆍ폴스미스워치ㆍ톰보이ㆍ러브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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