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선진국도 탐내는 재정 파수꾼…박재완의 뚝심 성공할까
뉴스종합| 2012-03-08 11:29
콧대 높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정직한 한국인(The honest Korean)’이라며 칭찬했다. 포퓰리즘에 맞설 배짱을 가진 정부 고위인사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은 박 장관의 임기가 끝나면 그를 빌려갈 수 있을까’라는 위트도 곁들였다.

‘정직한 자는 신의 가장 고귀한 작품이다(An honest man is the noblest work of God)’라는 서양의 속담을 생각해보면 ‘정직한 한국인’이라는 헌사의 깊이도 가볍지 않다.

과잉복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진국 입장에서 ‘우리에게도 쓴소리를 하는 관료가 한 명쯤 있었으면’하는 바람과 부러움이 담겼다.

경제학자 출신답게 박 장관은 꼼꼼하고 차분하다. 고용대박의 실언이 없지는 않았지만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는 인물’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일반적이다. 좌장으로 앉아만 있어도 회의장 분위기를 휘어잡던 선배에 비해 경제수장으로서의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는 온화하고 설득적이지만, 고집도 세다. 상대의 말을 차분하고 꼼꼼히 챙겨 듣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재정부 내 장기전략국을 신설하고, ‘현실인식이 떨어지는 발상’이라는 핀잔만 듣고 퇴출됐던 ‘8ㆍ5제(8시 출근 5시 퇴근)’를 다시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체질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재정의 파수꾼’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게다가 그 밖에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모두 난제 중의 난제다. 고질적인 청년실업, 깨나지 못하는 내수, 눈앞에 닥쳐온 고령화. 모두 쉽지 않은 문제다. 성장과 복지, 경제체질 개선의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박 장관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 장관은 “정치권의 무분별한 요구에 굴하지 않고 싸워내겠다”는 결전의 의지를 이제 겨우 밝혔고, WSJ은 그 ‘출사표’에 박수를 쳤을 뿐이다.

어려운 싸움을 앞두고 기백과 담대함을 명문으로 녹여낸 제갈량의 출사표는 여러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제갈량은 결국 북벌에 실패했다.

그 역시 출사표만 남기게될지 아직은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박 장관이 포퓰리즘과의 투쟁에서 승리한 재무장관으로 역사에 기억되기를 바라는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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