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낯선 ‘친노 386’ 에 미묘한 반감…호남 30곳 중 8곳 흔들
뉴스종합| 2012-03-15 11:30

“이름도 모르는 데 찍겠나”
현역에 경선 기회조차 박탈
민주 개혁공천에 실망 토로

잇따를 무소속 출마 변수속
호남기반 與후보 선전 주목


[광주ㆍ나주=최정호ㆍ이지웅ㆍ김성훈 기자]“최악의 분위기다. 8석 중 반타작도 장담 못한다.”

후보 경선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 민주통합당 광주시당은 침묵만이 흘렀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도당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호남, 특히 광주를 텃밭으로 정치에 진출했던 ‘구 민주계’ 현역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고, 낯선 친노계열 386 후보들이 줄줄이 내려온 것에 대한 일선 조직의 반감이 ‘썰렁한 시도당 분위기’로 표출된 것이다.

이번 4ㆍ11 총선에서 광주와 전남ㆍ북은 18대에 비해 지역구가 하나 줄어 모두 3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광주가 8석, 전남과 전북이 각각 11석이다. 과거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대부분을 싹쓸이 했다. 18대 31명 호남지역 18대 현역의원 중 30명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한 달여 앞둔 현지 분위기는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다. 무소속의 반란, 그리고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의 이변의 싹이 움트고 있다. 30곳 중 8곳에서 무소속, 또는 새누리당, 통합진보당 후보가 민주당의 싹쓸이 저지에 나서는 구도다.

전남 나주에서 만난 홍정석(78)씨는 “민주당이 공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유권자 입장에서 한숨만 나온다.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을 뽑아서 뭐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선 참여조차 불허한 당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현역 최인기 의원을 뽑겠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는 호남의 중심지인 광주에서 더욱 뚜렷했다. 전체 8석 중 선거인단 불법 모집으로 공천을 포기한 동구 외에도 1~2곳을 무소속으로 나선 현역의원에게 내줄 수 있다는 게 현지 시당의 자체 분석이다. 광주ㆍ호남 현역의원들에게만 ‘컷오프’를 적용, 경선 참여조차 원천 차단한 ‘개혁 공천’이 가져온 ‘호남 소외론’의 역풍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시당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ㆍ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시절보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진 것이 눈에 보인다”며 당 지도부의 일관성 없는 공천을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공천 탈락한 의원들도 불과 4년 전에는 ‘새 얼굴’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입성했던 사람들”이라며 “마치 청산 대상 집단인 듯 몰아가는 분위기가 실망과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광주의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반란은 지난 12일 끝난 경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보여주는 현장투표율은 남구 29.2%, 북구갑 21.7%, 북구을 24.8%, 광산갑 37.8%로 집계됐다. 지역기반이 탄탄한 현역의원들이 경선조차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낮은 투표율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공천에서 탈락한 전ㆍ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서구갑과 북구을에서는 조영택 의원과 김재균 의원의 기세가 만만찮다. 한화갑, 김충조, 최인기, 신건 등 인지도 높은 인물들이 탈당, 또는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최 의원은 “친노세력이 장악한 민주당이 호남을 무시했다. 기획, 밀실, 코드 공천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별렀다. 순천에서 재선을 노리는 통합진보당의 김선동 의원도 민주당에게는 버거운 상대다. 전주 완산에서는 새누리당 간판으로 출마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득표율도 관심거리다.

민주당은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정서가 되살아나길 기대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광주 반타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호남에서 8곳을 내줄 경우, 제1당의 꿈도 사실상 멀어지는 셈이다”고 밝혔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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