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올해 11주기(3월21일) 어느 때 보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지난해 이미 범(汎) 현대가(家)가 함께 모여 상징적인 10주기 추도식을 치른데다, 경영권 분쟁이나 기업 인수전 같은 과거 집안내 갈등이 지금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의 11주기와 관련돼 특별히 준비된 공식 행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울산대 등에서는 조촐한 추도식과 음악회가 열린다. 아산나눔재단도 21일 부터 한달간 숭실대 창업캠퍼스 지하 1층에서 정 명예회장과 관련된 70여점의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범 현대가 후손과 기업이 5000억원을 출연해 만든 아산나눔재단은 정 명예회장 사진 이외에도 이른바 ‘정주영 키즈(Kids)’로 불리는 청년 해외봉사단 1기의 최근 활동 사진 수십점도 함께 전시할 방침이다.

작년 10주기 때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추모위원회가 꾸려졌고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사진전’과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음악회’ 등이 비교적 크게 열렸다. 지난해 말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당시 정 명예회장의 10주기에 맞춰 구두 친서와 추모 화환을 보내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작년에는 10주기라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며 “가족 문제에 회사가 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20일 저녁 정 명예회장이 생전에 머물었던 청운동 자택에서 열리는 제사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준 의원 등 가족 친지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별히 참석 안한다는 말씀이 없었다”며 “21일로 예정돼 있는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 참배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전했다.

<김대연ㆍ신소연 기자 @u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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