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인하 직격탄…신용판매 이익률 감소
뉴스종합| 2012-03-21 11:35
현대카드 2010년 순이익 중
가맹점수수료 비중 1%불과
이익률 지속적 감소 추세
현금서비스 등 45% 차지

수수료율 체제 개편 압박
수익성 악화 해법 찾아야


신용카드 업계의 가슴앓이가 극심하다. 가맹점 수수료 등 최근의 논란은 일부 왜곡된 신용카드 시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칫하면 카드사, 가맹점,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결국 3주체 모두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헤럴드경제는 6회에 걸쳐 시장 논리에 맞는 올바른 해법을 모색해 본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논란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수수료를 낮추지 않으면 특정 카드에대한 결제 거부 압력까지 나온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수수료율을 강제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표심을 자극한다. 이들의 주장은 “카드사들이 비싼 수수료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누린다”는 데 기초한다. 그렇다면 실제 카드사들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사실 카드사들의 수익은 가맹점 수수료를 조금만 내려도 적자로 돌아서는 수준이다. 카드사들이 가슴앓이를 하는 이유다.

▶신용카드 수익 급감, 수수료 내리면 적자 = 가맹점 수수료 논란이 벌어진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의 순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카드를 제외한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비씨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등 6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3077억원으로 전년(2조72170억원)에 비해 52.0%, 1조4000억원 가량 급감했다. KB국민카드를 포함한 순이익은 1조5382억원이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던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1조1070억원에서 8759억원으로, 1조1562억원에서 3752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각각 줄어들었다. 다른 카드사들도 대부분 이익이 낮아졌다.

이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7조5000억 원으로 2010년에 비해 3000억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액은 2010년 수수료수익 증가액(1조1000억 원)의 3분의 1도 안된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10% 가까이 늘었지만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이 2010년 2.10%에서 2011년 1.97%로 낮아진 것이 가맹점 수수료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정치권과 여론의 수수료율 인하 압력이 카드사의 수익구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도 “경제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의 영향으로 카드사의 수익성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상공인 단체 등은 여전히 “수수료 인하를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가맹점 단체의 주장대로 모든 업종에 일괄적으로 1.5%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연간 순이익이 2조6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신용판매실적 452조원, 전체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 2.0%을 적용해 계산한 것이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순이익 1조5383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당장 1조원대의 적자로 전환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등 각종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돼 카드사들의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법으로 인해 상처입는 한국 카드사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수수료법이 국회를 통과해 앞으로 카드사들은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지 못하게 됐다”며 “카드사 수익성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개별 카드사들의 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수수료로는 돈 못 벌어 = 지난해 카드사들이 올린 수익은 18조1586억. 이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8조5693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47.2%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카드사들이 영세 가맹점으로부터 앉아서 돈을 챙겨간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하지만 이는 수익 개념의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카드업계는 항변한다. 카드사들의 수익은 일반 기업의 매출과 같은 개념인데 수익을 이익과 동일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맹점수수료 이익 비중은 극히 낮다. 실제로 2010년 올린 현대카드 순이익 3528억원 중 가맹점 수수료로 번 순이익은 36억원에 그쳤다.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중이 1%에 그친다. 반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금융 쪽 순이익 비중은 45.4%에 이른다. 다른 카드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용판매 이익률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가맹점수수료와 할부수수료를 합친 신용판매이익률(신용판매채권평균잔액대비)은 2006년 20.7%에서 2010년 16.1%로 지난해 3분기에는 13.6%로 줄어들었다. 전 사회적인 카드사용 증가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 보고서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 증가는 카드 결제의 보편화 등에 따른 소비 증가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카드사의 수익 증가는 가맹점 수수료율 과다 산정이 원인이라기 보다는 카드 결제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 방향으로 쏠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카드사들이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판매에서 이익을 못 내면 결국 카드론, 현금서비스에서 이익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카드업계 고위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적정 이익을 내면 대출에 치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남현 기자 @airinsa> airinsa@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