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연기돌 특집에 출연한 엠블렉 이준의 재발견은 그렇게 이뤄졌다. 간간이 토크 예능에 출연했던 이준은 확실한 토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준은 특기인 춤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토크에 의해 뒷받침돼지 못해 예능에서는 다소 심심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개성은 빛이 났다. ‘라스’가 아니었다면 이준의 예능끼와 촉은 한동안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라스‘는 게스트에게 툭 치고 들어오는 공격적인 질문방식이 특기다. 예를 들면 MC 김구라는 이준에게 “엠블랙은 비스트보다 못하다”고 말하고, MC 윤종신은 “이를 잘 닦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한다. 이준은 이런 무례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오히려 괜찮은 남자가 됐다. ‘라스’가 노리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라스‘ MC들의 질문은 연속적으로 오는 파도와도 같다. 파도가 계속 밀려올때 이 흐름을 잘 잡아 서핑을 즐기듯이 파도를 타면 재미가 있지만 이 흐름을 못타면 계속 물을 많이 먹게 된다. 이준은 민감하거나 민망한 질문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칠 건 받아치며 흐름을 타면서 완전히 새로운 가치가 생긴 것이다.
신화는 멤버들의 자리배치부터 경제적 수입 순으로 해 ‘분발라인'과 ‘부자라인'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술술 나오게 했다. 히트곡의 가사를 쓰고도 70만원밖에 받지 못한 이민우의 저작권료 토크를 비롯해 스타들의 껍데기를 하나씩 벗겼다. 속물적이랄 수 있지만 신화 멤버들의 의리와 솔직함, 자유분망함이 돋보였다.
가요계에서 기획과 마케팅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김광수 사장이 2009년 티아라의 방송데뷔를 ‘라디오스타’로 정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라스’는 MC중 이질적인 느낌이 나는 유세윤까지도 주목받게 만들었다. 게스트로 유세윤의 절친인 유상무 장동민 등 ‘옹달샘’과 함께 출연하자 동기들에 비해 잘 나가던 유세윤이 우울증에 걸렸음을 고백했고, 김국진과 유상무는 유세윤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공감해주었다. ‘뼈그맨‘ 유세윤을 위로해주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 ‘라스’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