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20대 “새누리 싫어”, 40대주부 “천정배 잘났네”, 60대 “송파 발전 여당때문”
뉴스종합| 2012-03-28 09:36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서울 송파을 유권자들은 과거에는 ‘찌질이’로 여기던 야당후보로 거물 천정배 의원이 배치되자, 예전 총선에 비해 관심을 더 기울이는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천정배 후보에 대한 얘기가 많다. “유일호는 몰라도, 천정배는 안다”, “그사람 낙하산 아니냐”, “서울시장 되려고 안산에서 여기까지 왔나”, “송파를 아나?”, “역시 천정배, 막상 만나니 잘 생겼다”, “강단 있는 사람 아니냐. 송파에 인물이 왔어”...등등

유일호 새누리당 후보 입장에서는 ‘공약이행 우수 의원’, ‘재선을 노리는 송파의 일꾼’, ‘강남3구 현역의원 중 유일하게 재공천을 받은 후보’ 등 자신의 면면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인구(人口)에 더 많이 회자(膾炙)되는 인물은 천정배이다. 긍정적인 평가 못지 않게 부정적인 얘기도 많다.


송파을 유권자들은 겉으로는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아 보였다. 60대 이상은 물론이고 40대 일부 시민들도 새누리당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보수정당 우세지역이라 야당에 유리한 발언은 침묵의 나선으로 빠져드는 면도 있으리라. 잠실은 몰라도 석촌,송파,가락동에서는 야당 지지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렸다. 다만 2030세대는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에 반감을 보였다.

2040세대와 5070세대의 생각에 차이가 나는 현상은 일반적인 백중선거구, 지역색 없는 중립 선거구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송파을도 서서히 여당 일방 우세지역에서 탈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사진>을 계기로 발전했던 송파 잠실 지역 유권자들이 여전히 ‘개발’을 ‘희망’으로 여기는 면은 특이하다.

송파중학교 앞에서 만난 김모씨(30) 부부는 이제 신혼이다. 그는 “유일호는 처음들어보고 천정배가 유명한 사람인정도는 안다. 새누리당은 안찍는다. 이명박집권이후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민주당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누리당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세입자, 집주인간 엇갈린 이해관계가 표심으로 연결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말도 나왔다. 김씨는 “현재 전세를 살고있는데 전세값이 더 뛸까봐 걱정이다. 요즘 좀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더 뛰어버리면 도저히 이 동네에서 살 수가 없다. 있는 사람들이야 집값 뛰길 바라겠지만 우리같은 서민들은 내리거나 적어도 더 오르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자기 집을 갖고 있다는 다른 유권자는 ’집값 떨어지는 정책을 쓰면 안찍겠다”고 했었다. 잠실나루 역 근처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모(40)씨는 “잠실 주공이 재개발되고 나서 동네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초나 강남구처럼 부촌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동네 개발하는데 애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동네가 되려면 개발이 더욱 진척되어야 한다. 그래야 집값도 안떨어질 것이다”고 했다.

지역개발론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49 가락동)씨는 “구의원, 구청장 뽑는 것도 아니고, 참신한 외부 인물이 송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데 왜 그리 말들이 많은지...”라면서 “우리 아이들이 경쟁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사회를 배우고 자연을 즐기며,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야를 떠나 그런 철학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모(39·잠실2동)씨는 “천정배 알고, 박계동 알고, 유일호라는 사람 개인은 잘 모르지만 현역의원이고 그 동안 동네 위해서 열심히 뛰었다고 알고 있다. 천정배는 낙하산 아닌가”라면서 “남편이랑 10년넘게 이곳에서 살았다. 변화되는 모습을 다 보고 살았다. 아직 멀었다. 강남3구라고 부르지만 아직 송파구는 더 발전되어야 한다”면서 지역개발론을 강조했다.

사업을 하고 있는 조희영(47·여)는 “천정배는 잘생겼다.(웃음) 그사람이 지역주의 깨려고 이곳에 온 것 높게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지역정서가 여긴 새누리당”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았다. 박모(63·잠실본동·사업)씨는 “한나라당 찍어야지. 지금까지 투표했을 때 계속 한나라당 찍어왔다. 습관이라면 습관이다. 그리고 박근혜씨 한번 대통령해야 안되겠나? 이명박이 잘못했는데 왜 박근혜가 욕을 들어야 하나?”라면서 “앞으로 잠실은 더 개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교사인 이모(45·여·잠실본동)는 단호하게 “천정배 찍어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난 강남좌파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새누리당 하는 걸 보면 이건아니다 싶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개발도 좋지만 송파구만의 특색이 있었으면 좋겠다. 강남구나 서초구는 죄다 아스팔트 아닌가? 여기는 호수도 있고 송파천도 있고 가락시장도 있다. 환경적 특색이 있다는 것이다. 고층아파트보다 주민들이 맘놓고 산책할 수 있는 친환경적 개발을 원한다”고 말했다. 사업가나 고령층 유권자가 개발이 능사인 것 처럼 얘기하는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지금 송파을 지역의 민심이 여당텃밭이라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뭔가 꿈틀대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