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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사찰 문건’...그 내용 보니
뉴스종합| 2012-03-30 09:10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공개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문건에 따르면 사찰 대상은 지금껏 알려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외에 정태근 현 무소속 의원과 서울대병원 노조, 삼성이 세운 장학재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낙하산 인사’란 비판을 받아온 YTN과 KBS 사장에 대해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어 언론장악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9년 8월 25일 작성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에 따르면 김인규 KBS사장에 대해 “KBS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했다고 나와있다. 이 문건의 비고란에는 ‘BH(청와대)하명’이라 적시돼 있다.

9월 3일에는 YTN에 대한 경영진 인사관련 보고가 올랐다. 보고서는 신임 배석규 사장에 대해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우수한 경영능력 보유자”라며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당시 직무대행이던 배 사장을 정식으로 사장에 앉힐 것을 건의했고 한 달 뒤 배 사장은 정식 사장이 됐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운 인물이나 집단은 예외 없이 사찰 대상이 됐다. 2008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히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 마찰을 빚던 정태근 의원이 대표적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광우병 사태 당시 병원 벽보에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그렸다가 사찰을 받았다.

공직자에 대해 ‘국정철학 구현’ ‘직무역량’ 등 나름의 평가항목을 두고 감찰해온 것도 눈에 띤다.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과 조현오 경찰총장 등 고위급은 물론 전현직 경찰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150여건의 사찰 보고서가 발견되는 등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뒷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19일에 작성된 한 사정기관 간부의 분륜사실에 관한 사찰 내용은 분(分) 단위로 작성될 만큼 내용이 구체적이다. 보고서에는 이 간부가 내연녀와 나눈 대화는 물론 먹고 마신 것, 심지어 표정까지 묘사돼 있다. 불법사찰이 지근거리에서 집요하게 이뤄졌다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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