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서울 민심 축소판 '사활건 대혈투'
뉴스종합| 2012-03-30 11:23
골리앗 대 골리앗 대결
오차범위내 대접전 양상
6번 새누리 선택한 민심
변화여부에 관심 고조

홍 “안정·번영의 길 선택을”
정 “잘못했으면 바꿔야한다”
표심잡기에 여야 총력전


종로는 서울의 축소판이다. 문화유산이 청와대를 감싸안고 빈촌과 부촌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노인들의 휴식처인 탑골공원 옆에 젊은이들이 새벽을 시작하는 영어학원가가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4ㆍ11 총선에 양당이 내놓은 후보도 묵직하다. 친박 6선인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와 친노계 4선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가 ‘정치 일번지’ 종로를 두고 격전을 벌인다. 1988년 이후 6번 모두 새누리당을 선택한 종로 민심이 변화할지 관심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홍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지르고 있다.

두 거물의 승부처답게 29일 종로는 빨강과 노랑 옷을 입은 양당 조직원들과 이들을 만나려는 시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홍사덕 후보의 공식유세가 시작된 종로 청계광장은 유세차량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홍 후보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마련하신 새로운 길, 새누리당의 선택이 꼭 필요하다”며 ‘박근혜 프리미엄’을 한껏 활용했다. 이어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이 제2의 그리스로 가느냐, 안정과 번영의 길을 여느냐의 선택길”이라고 외치자 시민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다소 피곤한 기색의 박 위원장이 마침내 유세차에 올랐다. 여기저기서 “박근혜!, 박근혜!”가 터져나왔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유세차 앞으로 우르르 쏟아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박 위원장은 “우리 홍사덕 후보는 당과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정치를 펼쳐오신 우리 정치의 큰 어르신”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5시30분께, 이번엔 경복궁역 3번 출구에 정세균 후보의 지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정 후보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를 보려고 상가 문을 빼꼼히 열어보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정 후보는 ‘MB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잘못했으면 바꿔야 한다. 4월 11일 모두 투표장에 나와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4ㆍ11 총선은 바꾸는 선거”라며 “바꿔야 종로구민의 생활과 삶이, 아이들의 삶이 바뀐다”며 정 후보의 지지를 당부했다.

인근 통인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상가골목을 샅샅이 누볐다.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를 파는 김임옥(74) 할머니는 손에 묻은 기름을 쓱쓱 닦고 정 후보에게 악수를 건넸다. 두 손을 덥석 잡은 정 후보는 “참으로 고운 손”이라며 화답했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 사이에서 주민들은 머뭇거리고 있다. 후보들의 악수를 피해 골목으로 달아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20년간 종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한 김명순(57ㆍ여) 씨는 “종로에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 경기가 너무 어렵다. 아직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지만, 서민경제를 잘 살필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박성경(54ㆍ여) 씨는 ‘바꾸실 거냐’는 물음에 “종로는 예전부터 보수세가 강하다. 여당 욕하면서도 결국 1번 찍는 사람이 많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사원 정경환(36) 씨는 “지난 4년간 실망스러운 모습만 봐왔다”면서도 “서민 쪽에 가까운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해바라기’로 불리는 종로 시민은 그러나 1998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난해 박원순 서울 시장을 택했다. ‘서울의 심장’ 종로는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윤희ㆍ손미정ㆍ양대근 기자/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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