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구조사 본 청와대 반응은 “당혹”
뉴스종합| 2012-04-11 18:41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청와대가 ‘초강성 야권’ 등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여소야대’ 정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는 했지만 막상 초강성 야권이 현실화되면서 향후 민간인 불법 사찰 등 대대적인 정치 공세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예상보다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SㆍMBCㆍSBS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26~153석, 128~150석 가량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출구조사에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초박빙을 보였지만, 서울 및 경기도 등 수도권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참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관측됐던 통합진보당이 이번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 10~21석 가량 얻을 것으로 나와 ‘민주당-통진당’ 야권연대가 19대 국회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당초 ‘민주통합당 145석 안팎-새누리당 135석 안팎’을 점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진보통합당이 10~11석 정도를 얻어 19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민주당과 통진당이 합쳐서 총 155석 이상을 얻어 절대 과반수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사실상 초강성 야권의 등장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였다는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의 총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로 돌려 놓으며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는 등 내심 새누리당의 선전을 기대했다. 게다가 총선 막판에 불거진 김용민 민주당 후보의 막말 파문이 초강성 야권 등장을 어느 정도 제어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실 날’ 같은 기대는 단순한 기대에 그쳤다. 예측은 어김없이 결과로 이어져 ‘초강성 야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방송 3사의 출구 조사가 발표된 이후 무거운 당혹감이 청와대를 감싸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 등을 중심으로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등 이 대통령를 겨냥한 야권의 대대적인 정치 공세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통진당의 야권연대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제주해군기지 등 주요 현안을 전면 부정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내걸고 있다.

특히 이들 초강성 야권은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비롯해 이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내곡동 사저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수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옥죄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인이기보다 일꾼’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온 이 대통령이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 지형이 변화한 만큼 지금보다는 더 유연한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아침 김윤옥 여사와 함께 종로구 효자동에 위치한 서울 농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곧바로 청와대에서 총선 이후 국정 운영 방안을 고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홍보수석실, 기획관리실 등 ‘정무’와 직접 관련있는 청와대 조직들도 시간대별, 지역별 투표율 추이에 촉각을 기울였다. 이들은 또 각 경우의 수에 따른 총선 이후 국정 운영 방안도 수시로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이번 총선결과에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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