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탄탄해진 朴탓에…주춤해진 野잠룡들
뉴스종합| 2012-04-12 11:15
4ㆍ11 총선을 계기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세론’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반면 민주통합당을 포함해 야권의 대선후보군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총선 정국에서 급부상한 ‘문재인 대망론’은 상당한 한계를 드러냈고, 제3지대의 정치지형을 모색하며 총선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호응은 예상밖으로 썰렁했다. 전문가들은 예비고사에서 확실한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권주자로서의 확장성을 보여줘야 하는 문 당선자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당초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으나 정치 초년생인 상대 손수조 후보와의 격차는 불과 12% 정도였다. 특히 ‘낙동강 벨트’ 구축 실패에 대한 당 내외의 실망도 문 당선자가 떠안아야 할 과제다. 문 당선자는 북강서갑ㆍ을 등 5~6개 지역구를 ‘낙동강 벨트’로 묶어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ㆍ경남 지역에 민주당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진력했다. 선거 직전 주말에도 문 당선자는 서울 지역의 지원유세를 마다하고 부산ㆍ경남을 사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3석뿐. 자력으로 당선된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면 본인과 민홍철(김해갑) 등 2명뿐이다. 목표 10곳, 5곳 이상은 거둬야 한다는 기대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1박을 포함해 5번이나 방문, 부산에서의 ‘야권 바람’을 차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리 말하면 문 당선자는 자신의 정치 고향인 부산에서조차 박 위원장을 넘지 못하고 지역구에만 갇혀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

물론 당선까지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부산진갑 등 4~5곳에서 의미있는 민주당 표를 끌어낸 것을 큰 의미라 평가하는 해석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산에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그늘도 봤지만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대권도전이 점쳐지고 있는 안 원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안 원장이 사실상 지지의사를 표명한 인재근, 송호창 후보는 무난히 당선됐다. 하지만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9일을 포함해 연속적인 투표 독려 메시지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투표율이 54.3%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못 미치는 데다, 오히려 지역감정이 악화하는 쪽으로 투표행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권 외곽에서 간접적인 정치를 하는 안 원장의 ‘신비주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신선도가 떨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선 무주공산의 대권후보를 둘러싼 본격적인 백가쟁명식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구도는 ‘문재인-손학규(상임고문)-김두관(경남지사)’ 구도의 한 축, 당밖의 안 원장이 한 축을 추가하는 ‘4륜 구도의 레이스’다. 문 당선자와 김 지사는 민주당의 취약 지역인 영남권의 득표력이 강점이고. 손 고문은 중도합리주의자로 수도권에서 강점이 있다. 안 원장은 확실한 지역기반은 없지만 젊은 세대에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밖에 통합진보당 이정희ㆍ유시민 공동대표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선 직후 야권 잠룡들의 대권 도전 선언이 백가쟁명식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이 향후 어떤 식으로 연대를 이뤄 나갈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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