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정현ㆍ김부겸 지역주의 향한 도전 결국은....
뉴스종합| 2012-04-12 10:07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두 낙선자는 이기지 못할 게임인 줄 이미 알았을지도 모른다.

대구와 광주는 이방인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광주 서구을과 대구 수성갑에 각각 도전장을 내민 이정현(새누리당)ㆍ김부겸(민주통합당) 두 후보는 4ㆍ11 총선에서 두꺼운 지역벽을 깨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불렀다.

혹자는 영ㆍ호남에서 호남당과 영남당이 1석 차지한다고 해서, 동서로 갈라진 지역구도가 사라질 까닭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래서 도전자도 적었다. 영남당은 호남 땅을, 호남당은 영남 땅을 밟기조차 꺼려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역주의를 깨야 하기에, 제2의 이정현ㆍ김부겸이 끊이지 않고 나와야 하기에 두 낙선자의 아름다운 도전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두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대변인 격으로, 어찌보면 순탄한 길을 갈 수 있었다. 김 후보는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둘은 가시밭길을 택했다. 이 후보는 18대 국회 내내 “나는 광주에 도전하겠다”고 줄곧 말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가 광주로 내려간 날, 주변인들은 이 후보가 금배지를 거머쥐고 여의도로 돌아오기 바랬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새누리당은 안됩니다’ 플래카드 앞에 이 후보는 위축됐다. 하지만 신발끈을 다시 묶었다. 그 결과 10차례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우위를 지켰다. 꿈은 이루어질줄 알았다.

투표날, 지역주의 벽은 견고했다. 이 후보가 받아든 성적표는 득표율 39.7%.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52.4%)와 차이는 컸다.


그러나 11만명의 유권자 중 단 720명만이 그를 찍었던 8년 전 참패에 비하면 그가 거둔 성과는 괄목상대할만하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진실로 진심으로 하면 넘지 못할 벽이 없다는 확신을 느꼈다”면서 “8년 전 720표가 2m 두께의 얼음이라면, 이제는 그 두께가 1m, 더 나아가 80㎝까지 줄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출마를 선언한 김 후보. 18대 총선에서 대구에선 민주당 후보가 없을 정도로 척박한 곳이었다. 김 후보의 도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던지는 사람이 많았다.

김 후보는 민주당을 허락하지 않았던 대구 유권자를 향해 당당히 “뽑아 달라”고 외쳤다. 그가 찾은 대구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가족도 발 벗고 나섰다. 지역 주민들도 하나 둘 마음을 열고 그에게 격려와 미소를 보내곤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광주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까지 자신의 홍보물에 담으며 이제 대구도 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선거 초반 2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여당 후보와 격차도 한 때 한 자릿 수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 후보는 40.4%의 득표율로 선거전을 마감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는 더욱 견고해졌다. 두 후보에게 악재였다.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지역구도 타파를 앞세운 닮은 꼴 두 후보의 도전이 지역주의라는 두터운 벽을 허무는 단초가 됐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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