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비중 높아 외풍에 취약
엔저·弱유로 수혜 ‘닮은꼴’
전기전자·소재·자동차 등
시총상위 종목도 비슷
獨 증시 안정 국내에도 호재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된 이후 국내 증시의 바로미터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독일 증시다. 한국과 같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독일기업들은 유로존 위기에도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고, 증시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닮은 꼴을 증명이나 하듯 코스피와 독일 DAX 지수는 이번 주 들어 나란히 6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다. 국내 증시와 독일 증시는 체질 자체가 비슷하다. 모두 제조업의 비중이 증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수출주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소비 추이나 경기지표 등에 따라 보이는 반응이 비슷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약세와 유로화 약세의 수혜가 큰 것도 꼭 닮았다.
코스피지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물론 IT의 비중이 25% 안팎으로 절대적이고, 운수장비와 화학 등의 비중도 10% 이상씩이다. 독일 DAX 지수는 기초소재와 소비자 상품, 산업 등이 전체에서 50%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업종의 비중은 한국과 독일이 각각 13%, 17%다.
시가총액 상위에 오른 종목들도 비슷하다. 국내 시총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 맞서는 독일 증시 1위 업체는 글로벌 전기전자 업체인 지멘스다. 바스프 등 소재업체를 비롯해 현대ㆍ기아차와 같이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자동차주도 독일 증시를 이끌고 있다.
한국과 독일 모두 제조업에 수출주의 비중이 높다 보니 외풍에 약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최근 들어 유로존 재정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도 어렵다 보니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좀처럼 어려운 상황이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시장을 살펴보면 경기회복 모멘텀이 둔화되고 재정위기 우려감이 커지면서 다시금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떠오르고 있다. 일단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독일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IFO 기업체감지수는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증시의 안정세는 국내 증시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기 국가들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독일의 경기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 차별화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기 회복이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를 다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독일의 고용시장 호조세는 내수 소비 증가를 유발해 유로존 역내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주 비중이 높아 외풍에 취약한 것 외에도 닮은 꼴은 또 있다. 한국은 외국인의 증시 비중이 높아 유럽사태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독일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유럽사태 추이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입찰 상황에 따라 독일의 장기금리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이유다.
한편 독일 증시에 투자하는 단독 펀드는 도이치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에 내놓은 ‘도이치 DWS 독일주식펀드’가 거의 유일하다. 도이치자산운용은 “독일 증시가 올 들어 강세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가격매력이 높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로존 지역의 비중을 축소중이지만 독일 증시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구조적으로 다른 유럽국가 대비 경제 기반이 탄탄해 증시 역시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3.6%의 배당수익률은 채권과 비교해도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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