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MK의 또다른 역발상 승부수
뉴스종합| 2012-04-16 11:35
수요적고 비용은 많이 들고
최고급 모델에만 적용 추세

럭셔리브랜드위한 필수 관문
BMW·벤츠·벤틀리급 도약
세계 최고기술력 자신감 반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역발상의 끝은 어디일까? 유럽이 가장 어려울 때 유럽 시장을 개척해 세계를 놀라게 한 정 회장이 이번에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12기통 엔진 개발을 지시해 주목을 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정 회장의 특명에 따라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만의 자부심과 상징으로 불리는 ‘12기통 엔진’ 개발에 전격 착수했다. 12기통 엔진은 제작 자체에도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며, 무엇보다도 투자비용 대비 수요가 적어 독일 명차들과 슈퍼카 브랜드만 일부 생산 및 판매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엔진 다운사이징(힘은 그대로이면서 배기량과 엔진의 크기는 줄이는 기술) 트렌드를 감안하면, 그동안 중소형차에서 보여준 경쟁력을 대형차와 프리미엄차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정 회장의 또 한번의 ‘역발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벤츠와 BMW, 아우디,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와 일전을 펼쳐 보겠다는 강한 도전의식도 배어 있다.


현대ㆍ기아차 고위관계자는 16일 “정몽구 회장이 최근 남양종합기술연구소를 방문해 12기통 엔진 개발을 지시했다”며 “이에 연구소 내 최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발팀이 꾸려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발기간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 회장은 “비용 등은 신경 쓰지 말고 최고의 엔진 개발에만 매진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자사의 최상급 차종인 에쿠스에 8기통 타우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독자 개발한 타우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의 올해 10대 최고 엔진 중 하나로 선정됐을 정도로 힘과 정숙성을 겸비했다. 타우엔진도 대형 세단용 엔진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정 회장은 결국 ‘꿈의 엔진’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 모델들. 사진 왼쪽부터 페라리 FF,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벤틀리 플라잉스퍼.

12기통 엔진은 아우디(A8L W12), 벤츠(S600), BMW(760), 페라리(599GTB/FF), 벤틀리(플라잉스퍼/컨티넨털 GT), 람보르기니(아벤타도르) 등 독일 명차, 슈퍼카 브랜드가 자사의 최고급 모델에 한정해 적용하는 엔진이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12기통 엔진은) 수요가 많지 않은 관계로 생산량이 적어 대당 생산비용이 높다”며 “일종의 브랜드 자존심,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만든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라고 전했다.

특히 12기통 엔진은 최근 자동차 엔진의 다운사이징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재규어와 도요타가 12기통 엔진을 적용했다가 중단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터보, 직분사 등 엔진 기술이 발전해 굳이 연비, 무게, 가격 등이 부담스러운 12기통을 쓰지 않아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벤틀리도 플라잉스퍼, 컨티넨털 GT 등에 12기통 엔진을 탑재했으나 최고급 사양인 뮬산엔 오히려 8기통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12기통 엔진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다만 차체 중량이 증가하고 연비가 떨어지며, 이산화탄소 배출과 엔진 크기에 따른 세금 부과 측면에서 모두 불리해 다운사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생산이 줄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로선 충분히 해볼 만한 실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글로벌 5위 업체지만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 같은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도 없다”며 “정 회장이 가장 강력한 카드인 12기통 엔진을 통해 최고급 자동차 시장에서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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