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첫삽도 못뜬채…금천구심개발 좌초위기
부동산| 2012-04-24 11:59
국내 첫 입체환지 개발사업…구역지정 이후 사업 지연
매달 수십억 금융비용 부담…협의체4사 반대 사실상 무산

국내 최초의 입체환지 개발사업이었던 ‘금천구심 도시개발사업’이 지주들의 반대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좌초될 운명에 처했다.

이에 따라 금천구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2000가구 등 8000여 가구의 대규모 복합단지를 개발하려던 청사진도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입체환지 방식이란 개발 전의 토지와 건물을 감정평가해 사업이 끝난 뒤 아파트나 상가로 건물을 완공해 토지 및 건물 원소유주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 원주민이 보상금을 받고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지 않아도 돼 주민들의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사업 주체 입장에서도 고가의 토지 보상금 지출이 없어 국토해양부에서는 보상 위주 개발 방식의 대안으로 활성화를 장려해 왔다. 금천구심 도시개발사업은 그 첫 사례였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JP홀딩스, 대한전선, 기아자동차, 롯데알미늄 등으로 구성된 금천구심사업협의체는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도시개발사업 법령은 전체 면적의 3분의2 이상 혹은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상 위주 개발사업의 대안으로 국토해양부와 LH가 야심차게 도입한 입체환지 개발사업이 지주들의 반대로 첫 삽도 뜨지 못한채
사실상 좌초 수순에 돌입했다. 사진은 금천구심 도시개발사업 구역 전경.

하지만, 4사로 구성된 금천구심사업협의체가 차지하는 면적은 금천구심 도시개발사업 전체 면적의 40%를 훌쩍 넘어, 이번 구역지정 해제 요청으로 사업은 사실상 해지 수순에 돌입했다.

사업 구역 내 금천구민들이 100% 찬성한다 하더라도 사업 진행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협의체는 당초 LH에 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요구해 왔으나,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아예 사업을 취소하도록 LH에 요구하고 있다.

금천구심사업협의체가 이처럼 구역해제 요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지연되면서 매달 수십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더불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입체환지 도시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된 점도 고려됐다.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당초 LH가 사업타당성 검토 용역기간을 지난해 12월에서 오는 6월로 6개월 미루면서 형식적 요건에 불과하던 주민설명회 일정도 당초 4월에서 7월로 미뤄졌다”며 “매달 수십억원의 금융비용 부담은 물론, 부지활용 등 재산권 마저 수년째 제약을 당하면서 업체들이 겪는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의체의 4사는 향후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되면, 지구단위계획에 준해 독자적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협의체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전달됨에 따라 LH는 향후 주민설명회를 통해 전체 지주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구역 해제 여부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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