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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지금 낙하산 세대 교체중?
뉴스종합| 2012-04-25 10:33
[헤럴드경제=최재원 기자] ‘2011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최고등급 기관(기획재정부 발표), 경영평가 위원님들의 한국거래소 방문을 환영합니다.’

25일 한국거래소 신관 1층 로비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들을 맞는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었다. 2009년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경영평가단 맞이는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가 됐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다, 임직원들의 성과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거래소 직원들은 지난 1월 기대했던 공공기관 지정해제 명단에서 빠진 이후 불만이 많다. 정부 지분이 100%인 산업은행이 빠졌는데, 증권ㆍ선물회사 등 민간 기업이 90%의 지분을 보유한 거래소가 해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다. 

거래소 직원의 절반, 최소 3분의 1은 경영평가를 준비하느라 본업을 하기 힘들다는 현실성 높은 푸념도 어느 정도 공공기관 해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점 거래소인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풀기엔 아직 ‘방만 경영’이란 우려가 채 가시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거래소 안팎에서는 정부가 거래소의 남은 고위 임원 한 자리에 또다른 낙하산 인사를 보내려 한다는 우려 섞인 얘기가 나돈다. 거래소 노조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최근 주일본대사관 참사관을 지낸 이호철 전 부산지방조달청장을 지목하고 있다.

행정고시 21회인 이창호 현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퇴임하고 그 자리를 행시 23기인 이 전 청장이 맡게 되면, 거래소의 고위 임원 7명 가운데 행시 21회 출신은 3명에서 2명으로, 23회 출신은 1명에서 2명으로 늘게 된다. 거래소 낙하산 인사에 일종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주무기관이다. ‘슈퍼 갑(甲)’인 재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줄줄이 내려보내면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묶어놓는다면, 그 의도에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대로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의 이유가 경영의 합리화와 투명성 제고라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는 자제하는 것이 슈퍼 갑의 합리적인 자세다.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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