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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트라우마’에 갇힌 靑...
뉴스종합| 2012-04-26 10:45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새벽 무려 14시간 30분간의 마라톤 검찰조사를 받고 나서면서 “내가 아니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짐을 얹어준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파이시티 인허가관련,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앞서 “대통령 머리도 복잡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복잡한 머리’와 ‘해야 할 과제’ 속에는 언제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최 전 위원장의 고백(?)마냥 가장 무거운 짐은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줄곧 청와대 주변을 따라 다니는 ‘살아있는 유령’으로 일종의 트라우마(trauma)로 통한다.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률씨(구속)의 비망목엔 이 의원의 이름이 여러번에 걸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망록에는 브로커 이씨가 지난 2007~2008년 최 전 위원장,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각각 수십여 차례 만난 것 외에도 이 의원과도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일시, 장소와 함께 적혀 있다고 한다.

이씨의 비망록에 이름을 올린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가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몸통’으로 통한다. 이 대통령과 최 전 위원장, 박 전 차장을 연결하는 고리에는 이 의원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최 전 위원장과는 대학 동기생이고, 박 전 차장은 11년간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헌신(?)했다. 이들 3인방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의원 이름마저 나왔으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만약 이 의원이 ‘파이시티’라는 권력형 비리에 엮일 경우, 이 대통령은 레임덕을 넘어서 사실상 완전한 ‘뇌사상태’에 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소장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라는)비등한 권력을 가진 두 집단간의 공존상태에서 이번 사건은 힘의 축이 한쪽으로 급속히 이동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의원은 정권초기부터 구설수에 오르며 비난의 표적이 됐다. “모든 일은 형님 통하면 된다”는 의미로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다. ‘영일(포항) 대군’ ‘상왕(上王)’ 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친이계인 정두언 의원 등 55명 소장파 의원들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항명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2009년 8월엔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고 자원외교에만 전념한다며 세계 유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후에도 프라임저축은행 사태, SLS 정관계 로비,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공천헌금 관련건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렸다. 이 와중에 최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이국철 SLS 회장 등에게서 10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도 강요(?) 당하기도 했다. 검찰의 무거운 그림자가 이 의원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친인척의 비리는 치명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친형 건평씨로 인해, 그리고 멀리는 김영삼 정부 당시 아들 현철씨, 김대중 정부는 홍걸ㆍ홍업씨로 인해 정권말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다. 그 ‘무서운 악연’이 되풀이되는 불편한 진실 앞에 청와대는 또 다시 ‘무거운 침묵’에 빠져 들고 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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