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반
아파트 흉내낸 주상복합 어떤 모습일까
부동산| 2012-04-29 08:01
[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지금으로부터 10년전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인 도곡동에 미국, 일본 등에서나 볼 수 있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처음 선을 보였다. 

그 유명한 타워팰리스였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 된 타워팰리스의 성공이후 건설업체들은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을 개발해 우후죽순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듬해 여름,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통유리의 ‘찜통’을 방불케하는 더위와 잦은 환기시설, 냉난방 가동으로 인한 비싼 관리비로 주거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실수요자 사이에서 주복의 인기가 서서히 시들어가는 동안, 주복의 장점을 ‘컨닝한’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단지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 2008년 입주한 반포 자이, 래미안 아파트등이 주복의 특징이었던 커뮤니티 시설을 차용해 인기를 끌면서 ‘주복 스타일’의 아파트단지가 전국 곳곳에 들어섰다. 이후 3년 동안 주복의 분양건수는 갈수록 줄어들어 2008년 1만3605가구에서 지난해 1161가구 분양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이같은 흐름에 역전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예정된 주상복합 분양 물량은 7669가구로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브랜드 아파트들이 한때 주복의 장점을 취했던 것처럼, 주복들이 ‘아파트형’으로 진화하며 주택시장 왕좌의 탈환을 노리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설계와 기술의 발달로 주상복합도 아파트 못지 않은 쾌적성을 갖추게 됐다”며 “초역세권과 상업지. 초고층 조망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주복의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의 실용성. 대중성 갖춘 설계=고급 주택의 대명사인 주상복합은 대형평형 위주의 구성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트렌드에 맞춰 ‘다운사이징’ 하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송도에 분양한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중소형인 전용 84㎡를 56%이상 배치하면서도, 3.3㎡당 1100만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워 중산층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상 복합의 단점으로 꼽히던 낮은 전용률도 아파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1세대 주상복합들의 전용률이 60% 안팎에 불과했던 반면 최근 단지들은 70~80%대의 전용률을 자랑한다. 지난해 12월 공급된 ‘광교 호반베르디움’과 동부건설이 서울 한강로2가에 짓고 있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의 전용률은 각각 77%와 79%다. 동일토건이 하월곡동에 분양한 ‘동일 하이빌뉴시티’의 전용률은 81%에 달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시스템창호와 판상형 설계 도입으로 환기ㆍ통풍 해결=송도에 P건설사가 지은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직장동료들과 주택과 관련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답답하다. 주상복합하면 환기와 통풍이 안되고 비싼 관리비를 물어 가격대가 폭락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준공 2년차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윤씨는 “1세대 주상복합들의 단점은 이제 루머에 가까울 만큼 보완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도 주상복합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환기와 통풍 문제는 해소됐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주상복합은 고층의 풍압을 견디고 유려한 디자인을 위해 설계된 통유리가 여름철 ‘찜통’을 만든다. 특히 1세대 주상복합들은 ‘어른 손바닥 만한 창문’이 15도 정도밖에 열리지 않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았던 사람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같은 불편은 시스템 창호의 등장으로 숨통이 트였다. 창문의 크기를 크게하고 개폐 방식에 변화를 줘 안전하면서도 바람의 양이 많아졌다.

뚝섬의 ‘한숲 e-편한세상’은 창문을 수형으로 밀어 전체를 여는 ‘패러렐 아웃’ 방식의 창호를,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은 미닫이 방식의 ‘슬라이딩 도어’를 이용해 환기를 용이하게 했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틸트앤턴 방식을 이용해 창문을 90도로 활짝 열리게 했다.

구형 주상복합이 환기가 안됐던 이유는 내부 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타워형의 특성상 ‘ㄱ자형’ 구조가 많아 앞뒤로 맞통풍이 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주복들은 내부를 판상형으로 설계, 창문의 크기가 작아도 맞바람이 가능하게 했다. 신동아 건설이 내달 분양하는 ‘강동역 신동아 파밀리에’는 일반적인 주상복합이 1개층에 5개가구가 조합된 5호 이상인데 비해, 1개층에 단 3개가구를 둔 판상형 구조로 맞통풍이 수월토록 설계됐다.

윤씨는 “고층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분다”며 “거실 창문과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면 음식 냄새같은 것은 금방 빠진다”고 주장했다.

▶꾸준한 관리비 절감 노력으로 ’관리비 폭탄’ 이제 옛말=통풍과 환기 문제의 개선은 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강제식 환기장치를 수시로 돌려야 했던 기존 주상복합과 달리 창문만 열어도 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상복합은 일반 가구수가 적고, 주민편의 시설등을 고려하면 관리비가 더 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전체 관리비에 영향을 주는 전기세 등에 설계부터 절감요인을 반영하고 있다.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콘크리트 외벽에 창호가 조합된 방식,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기존 유리벽 방식이 외관상 아름답기는 해도 여름철 더위에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주거동과 상업동을 분리하는 것도 기본이다. 상업시설 관리비를 공용관리비에 포함하다 보면 아무래도 관리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두 동을 완벽히 분리하고, 상가빌딩 단지 입구를 따로 마련해 관리비와 안전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강동역 신동아 파밀리에’는 태양광발전과 빗물저장시설 등을 설치하고 일괄소등 및 대기전력 자동차단 장치가 기본 장착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시켰다. 여기에 주거동과 상업시설을 완벽히 분리해 공용관리비를 줄여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출 계획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인 ‘공용관리비’가 줄어든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에 사우나와 헬스, 카페 등 주민 공용 시설이 드물던 시대에는 주상복합의 관리비가 많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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