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영준 민간인 사찰도 배후?
뉴스종합| 2012-05-03 11:50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비리 사건에 연루돼 수사선상에 오른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검찰로부터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어 이번에는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증거 인멸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박 전 차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람들과 차명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민간인 사찰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한 정황을 파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자신의 비서관이었던 이모 씨의 지인 명의로 만들어진 차명폰으로 최종석(42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행정관 등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이 씨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차명폰을 통한 박 전 차관과 최 행정관 간 통화는 2010년 7월 7일 이뤄졌으며, 이날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은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을 통해 불법 사찰 증거를 없앴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한 압수 수색에 앞서 소환조사 과정에서 대포폰의 개설 경위와 대포폰의 실소유자가 박 전 차관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전 차관과 불법 사찰 및 증거 인멸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 연결고리가 밝혀지면 ‘외부의 상급자’인 이 전 비서관의 뒤에 박 전 차관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이영호(48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대포폰을 통해 박 전 차관과 통화한 기록을 확인했다. 또 장진수(39)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따르면 박 전 차관과 이 전 비서관은 불법 사찰 사건이 국회 정무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인 지난 2010년 4~5월쯤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따로 만나기도 하는 등 접촉이 잦았다.

노동계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차관과 같은 포항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때 박 전 차관이 주도하던 ‘선진연대’에서 활동하다 정권에 참여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사찰의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외부의 상급자’ 노릇을 한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낸 바 있다. 검찰은 진경락(45ㆍ구속 기소)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하는 과정에서 사찰의 진행 상황 및 조치계획 등을 이 전 비서관에게 2차례 보고하고 그에 따른 지시사항을 다시 지원관실 내부에 전달한 것으로 봤다. 또 진 전 과장이 이인규(56)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지시에 따라 2008년 9월 22일과 2008년 9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비서관에게 주요 업무 상황을 보고한 것을 확인하고, 이 전 비서관이 민간인 사찰에 있어 실질적인 ‘외부 상급자’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이 차명폰으로 최 전 행정관과 통화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함에 따라 이 전 비서관의 배후에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박 전 차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현 기자>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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