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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자 유지보수의무 소홀로 대치유수지체육공원 작년수해 아직도 방치
뉴스종합| 2012-05-07 10:09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지난 2006년 자방자체단체 최초로 민간투자(BTLㆍ임대형 민자)방식으로 건립된 대치유수체육공원이 민간사업자의 유지 및 보수의무 회피로 지난해 수해가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6일 직접 찾은 대치유수체육공원은 준공 4년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지난해 수해로 무너져 내린 공원 사면은 비닐과 모래자루 5000여개로 뒤덮여 있었다. 큰비라도 내리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해 보였다. 홍보관 건물 및 옹벽 시설물은 눈에 띌 정도로 균열과 침하가 심했다. 지반 약화로 일부 산책로는 푹 꺼져 있었다. 한참 푸르러야 할 나무 수백그루는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싹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 죽어 황량함까지 느껴졌다.

주무관청인 강남구청은 계약에 따라 수십 차례 민간사업자 측에 수해복구 및 하자보수를 할 것으로 촉구했지만 민간사업자 측이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20차례 넘게 공사를 진행할 것을 시행사인 대치리버파크 측에 요구했지만 ‘천재지변’을 핑계로 계속 처리를 미뤘다”며 “회사 실체를 알아보니 시행사가 법인만 등록돼 있고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였다”고 말했다.

대치유수체육공원은 강남구청이 지난 2006년 5월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맺고 BTL방식으로 건립됐다. 시행사(대치리버파크)와 운영사(두잉 씨앤에스), 민간투자자로 구성된 민간사업자가 총 투자비 190억8900만원을 대고 강남구청이 이자를 포함해 20년간 매년 24억원의 사업지원비를 보상해 주는 조건이었다. BTL방식인 만큼 민간사업자가 시설 완공 후 20년간 시설 유지ㆍ하자보수 등의 시설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수해 이후 구청과 민간사업자가 일년 동안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이 BTL방식의 ‘계약’에 있다. 20년간 유지될 계약으로 권리 및 의무 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민간사업자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려는 구청 입장에서는 민간사업자에 세부적인 책임조항을 넣지 못한 것.

실제 강남구청도 기존 계약서에 ‘유지 및 하자보수 관리는 사업시행사에 있다’ ‘천재지변 시 복구ㆍ하자보수 책임은 협의한다’ ‘분쟁 발생 시 협의해서 해결하며 이로 인해 해결이 안될 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하거나 법원판결을 통해 해결한다’ 식으로 규정해놨다. 민간사업자의 의무 위반 시 이를 벌할 수 있는 제재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었다. 

대부분 BTL 방식으로 계약한 지자체는 ‘협의’를 통해 일부 유지 보수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십년의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민간사업자와 분쟁을 만들면 입장은 더욱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 증가로 신속한 재해예방 및 재해복구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현재의 BTL방식이라면 책임논란이 불거지며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소송에 휘말릴 각오를 하고 매년 지급하는 정부지원금을 끊겠다고 통보하자 그제서야 민간사업자 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우선 복구 공사는 진행하되 비용 문제는 공사 마무리 뒤 ‘협의’하기로 했다. 결국 구청에서도 비용을 부담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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