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마이너리티 인재육성 정책 들여다보니
기업 고용 전반 큰 반향
기회균등 문화 정착 앞장
삼성이 노동시장의 ‘마이너리티(소수자)’인 고졸자, 장애인, 여성 등에 대한 고용을 강화하고 있다. 채용비중을 늘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1등기업’의 작은 변화가 고용시장 전반에 자극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삼성은 올해 첫 ‘그룹 주관 고졸공채’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당초에는 600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합격자 수는 700명으로 100명이 늘었다. 불합격시키기 아까운 응시자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합격자 700명 가운데 420명은 상고 출신, 220명은 공고 출신, 30명은 마이스터고 출신이다. 전국 290개 고교 출신이 합격해 지역적으로도 고르다. 금융권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채용이 수도권 지역의 특정 고교, 대학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삼성은 학력위주의 고용시장을 환기하고, ‘기회균등 문화의 정착’ 차원에서 고졸공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선발된 이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내 양성제도를 실시해 성장을 지원한다.
채용문화의 변화는 장애인과 여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은 올해 장애인 채용을 600명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3월 기준으로 그룹 내에 총 3300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이다. 2005년에는 600명 선이었지만 6년 새 5배가 늘었다. 장애인 고용 비율도 2005년의 0.4%에서 올해 3월 말 1.6%까지 늘었다.
삼성이 장애인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보여주기’ 차원은 아니다. 현행법은 임직원의 2.5%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미달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납부토록 하고 있다. 효율과 성과가 중시되는 삼성에서 고용부담금은 큰 부담이 되는 액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장애인 채용을 늘리는 데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장애인들의 업무성과가 좋은데다, 장애인이 채용된 부서에서 배려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 임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SBF(Samsung Barrier Free)라는 자체 인증제도도 도입해 계열사 건물에 적용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채용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3급 신입사원 중 여성인력 비중이 2009년 21%에서 지난해 말에는 30% 선으로 늘었다. 비중만 는 것이 아니다. 올해는 부사장 1명, 상무 8명 등 총 9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 조치했다. 여성의 진급을 가로막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상당부분 제거되면서 양성평등의 조직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여성 인력에 대해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관심이 특히 높다. 이 회장은 지난달 승진한 여성임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나라의 손해”라고 말했다.
<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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