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불붙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갈등
청소년 5개단체 내달시위
교과부 “규제아닌 규칙”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인권조례를 지지하는 청소년들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과부가 지난달 20일 개정ㆍ공포된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각급 학교에 학칙 제ㆍ개정을 안내하며 “두발과 복장 등을 규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한 것이 이유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등 이른바 진보 교육감 3인도 공동성명을 통해 교과부를 규탄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금 불붙는 양상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정착화를위한청소년네트워크(인권조례청소년네트워크)ㆍ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ㆍ희망의 우리학교ㆍ다시모임ㆍ10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등 5개 청소년단체는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교과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단체들은 이날 고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가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월권 해석하며 학생인권조례 뒤흔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인권을 지키기 위해 교과부를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권조례청소년네트워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행령에는 학생인권조례와 충돌되는 내용이 전혀 없는데 교과부는 학생인권조례가 실효됐다고 해석하며 이와 관련한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권조례는 초ㆍ중등교육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유엔(UN) 아동관리협약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교과부가 직위를 이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을 수호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고 있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단체는 오는 6월 9일을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행동의 날’로 정하고 청소년,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학생인권조례의 정착과 학생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거리 행동을 서울 시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도 지난 8일 공동성명을 통해 “교과부의 ‘인권조례 일부 조항 실효’ 주장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교과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더이상 조장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개정된 시행령은 학칙의 제ㆍ개정 절차와 기재 사항을 형식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인권조례는 그 내용의 한계를 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10년 10월, 광주시와 서울시는 지난 1월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교과부는 이에 반대입장을 보이며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교육청의 허락 없이 학칙을 제ㆍ개정할 수 있도록 초ㆍ중등교육법을 개정하고 두발 및 소지품 검사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기재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시행령에 두발이나 복장을 규제하라는 내용은 없다. 규제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 단위 구성원들이 학교의 교육 목표에 맞게 절차를 통해 규칙을 정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학교는 두발을 규제할 수도 있고 어떤 학교는 인권조례에 맞게 자율에 맡길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더욱 교육적이냐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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