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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노동교화소 다큐…알자지라 기자 추방
뉴스종합| 2012-05-09 11:27
중국 당국이 민감한 보도를 해온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베이징 특파원을 추방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실각,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사건 등으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보도를 자제하라는 외신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보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8일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이 멜리사 찬 영문 채널 담당 베이징 특파원에 대한 취재 허가와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아 사무실을 폐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외교부 브리핑에서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찬 기자가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밝혀 달라는 질문에 “해당 매체와 그 기자가 스스로 명확히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기자들은 중국에서 취재할 때 중국의 법률과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우리의 외국 기자에 대한 정책과 법규는 매우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추방 이유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했으나 찬 기자가 지난해 11월 방영한 중국 노동교화소 현황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찬 기자는 2007년부터 알자지라 베이징 지국에서 5년 동안 400여편의 보도를 했다. 농지 불법 몰수와 ‘비밀 감옥(black jail)’으로 불리는 민원인 불법 감금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취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영어뿐만 아니라 광둥화와 푸퉁화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CNN의 홍콩 주재 기자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중국 반환 후 홍콩인들의 시위,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회담 등 주로 역사적인 사건을 심층 보도했다.

찬 기자는 ‘미국인 또는 중국인’이라는 자신의 기사에서 “미국에서 20년 동안 살며 미국 문화와 교육을 받은 나에게 중국인들은 중국 편에 선 시각을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배신자로 몰고 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찬 기자 추방으로 외신 기자에 대한 자유 침해와 위협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천광청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중국 당국이 외신 기자들에게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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