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춘병 기자]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구속 수감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적지 않은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나만의 왕국’ 속에서 전횡을 행사해 온 것을 고려하면, 첫 도입된 이번 심사에서 몇몇 대주주들의 자격이 박탈돼 해당 저축은행이 추가 부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가의 관측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9일 “대주주가 퇴출되면 저축은행의 특성상 해당 은행은 경영과 영업상의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대주주 퇴출이 현실화할 경우 업계가 또 한번 흔들릴 수 밖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후폭풍을 우려한 때문인지 대주주 퇴출 여부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불법 사례는 대부분 2000년대 초ㆍ중반 덩치를 키울 때 일들”이라며 “김찬경 회장 등 일부 불법 사례가 공개된 케이스 외에 소급적용 시점(2010년 9월) 이후 특별히 자격을 박탈할만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이 2010년에 정비된 만큼 이번 심사의 취지는 과거 사례보다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주주의 불법적 행위를 사전예방하는 차원” 이라며 “해마다 엄격한 정기 심사를 통해 과거와 같은 전횡과 불법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들의 전횡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심사 결과가 맹탕으로 나오면 심사의 실효성을 누가 인정하겠냐”고 지적했다.
또 이번 심사가 지난 3월에 마무리됐으나,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 등을 앞두고 시장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께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늑장 대응 논란도 낳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사람을 자격 박탈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탓에 애궂은 고객들만 부도덕한 대주주들의 봉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진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와 관련, 지난 해 정비한 저축은행 대주주의 적격성 기준 정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정비한만큼 제도 정착에 힘을 쏟고 필요하다면 일반 은행권에 준하는 자격 요건 강화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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