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리오 카니발의 아침 ‘보사노바’
엔터테인먼트| 2012-05-10 10:30
보사노바(Bossa Nova)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으로 음악팬들의 보사노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엔 보사노바의 거장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가 한국을 찾아 정열과 서정 가득한 브라질 음악을 소개했다. 보사노바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그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에 연주자와 관객들은 모두 쉽게 흥을 낼 수 있었고 1시간30분의 공연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는 15~17일엔 사흘간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사노바를 비롯한 브라질 음악의 향연이 이어진다.

한국에 아리랑이 있다면 브라질엔 삼바가 있다. 우리 귀에 익은 멜로디와 리듬이지만 흔히 재즈와 비슷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는 보사노바는 모던 재즈와 삼바가 결합한 브라질만의 독특한 대중음악이다. 언제 들어도 편한 느낌, 하지만 동시에 흥겨운 감성을 감출 수 없는 보사노바는 한국 음악의 정서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보사노바, 창조되다= 여러 의견이 많지만 보사노바의 시작은 19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로 보고 있다. 음악평론가 남무성 씨는 “찰리 버드(Charles L. Byrd)가 참여한 ‘재즈 삼바(Jazz Samba)’ 앨범을 통해 최초의 보사노바를 소개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1959년 아카데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흑인 오르페(Orfeu Negro)’에 삽입된 ‘카니발의 아침(Manha de Carnaval)’을 보사노바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같은 해 보사노바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계적인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은 ‘데사피나두(Desafinado)’라는 곡을 통해 보사노바라는 단어를 최초로 언급했다.

남무성 씨는 “보사노바는 누벨바그와 같은 문화적 움직임으로 미국의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가 조빔의 음악을 미국에서 선보여 큰 인기를 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사노바, 새로움을 만들어내다= 보사노바란 말은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 ‘신조류’를 뜻한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고향인 보사노바는 브라질 대중 민속음악 삼바를 모태로 하고 있다. 빈민층의 음악이었던 삼바를 모던 재즈와 결합시키면서 재즈와 비슷한 화음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화음을 보이기도 한다. 삼바에 비해 보다 점잖고 가볍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보사노바는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보컬이 특징이다.

도시화로 인해 중산층 시민들이 늘어나며 이들을 위한 음악의 형태로 자리잡은 보사노바는 60년대 라틴아메리카 각국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남 씨는 “단조 위주의 탱고나 살사 등 다른 라틴음악들에 비해 시적이면서 슬프지 않은 밝은 서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사노바는 점차 대중성을 잃기 시작한 재즈의 대안 장르로 부각되기도 했다. 남 씨는 “50년대 로큰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재즈음악도 점점 어려워져 대중과도 멀어지자 화성적 논리성과 멜로디가 부각된 가치를 지닌 보사노바가 재즈신에서 유행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사노바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세계적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세르지오 멘데스, 리사 오노, 스탄 게츠

▶보사노바, 인물과 명반= 60년이 조금 넘는 역사 동안 보사노바는 거장이라 불릴 만큼 위대한 아티스트가 역사를 만들어 갔고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아티스트들이 계속 나타났다.

남 씨는 “조빔과 함께 찰리 버드는 보사노바에서 빠져서는 안될 아티스트”라면서 “조빔의 ‘더 컴포저 오브 데사피나두 플레이스(The Composer Of Desafinado Plays)’는 보사노바의 명반”이라고 말했다.

스탄 게츠(Stan Getz)는 보사노바의 세계화에 기여한 아티스트다. 주앙 질베르투(Joao Gilberto)와 함께 ‘이파네마의 소녀’를 작업했고 앨범 ‘게츠와 질베르투(Getz and Gilberto)’의 수록곡인 ‘카니발의 아침(Manha De Carnaval)’은 보사노바를 전 세계에 유행시켰다.

최근에는 리사 오노(Lisa Ono) 등 여성 아티스트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각종 광고의 음악으로 소개되며 대중과 더욱 친숙해졌다.

국내 음악 중에서도 보사노바와 접목된 대중가요가 있다. 남 씨는 “빛과소금의 ‘조바심’이나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도 보사노바 리듬을 채택했다”며 국내 대중음악 접목 사례를 들었다.

▶브라질 음악의 향연, 보사노바 음악 콘서트= 지난 8일 콘서트를 개최한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 세르지오 멘데스는 데뷔 50주년을 맞아 이번 무대에서 그의 반세기 음악세계를 정리했다. 세르지오 멘데스는 지난해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 ‘셀러브레이션: 어 뮤지컬 저니(Celebration: A Musical Journey)’를 발표하고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내한 공연을 가졌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그의 이번 공연은 보사노바의 진수와 대중성이 짙은 음악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론가 남 씨는 “원조 보사노바는 아니지만 아메리칸 스타일로 색다른 변화들을 시도해 보사노바를 상업적으로 유행시킨 인물 중의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 대사관은 브라질 교민 이주 50주년을 맞아 색다른 음악회를 준비했다. 보사노바 음악과 함께 하모니카, 피아노 연주를 통해 브라질 음악을 소개하는 ‘서울 오브 브라질(2012 SEOUL OF BRAZIL)’ 공연이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1부에서는 브라질 전통음악을, 2부에서는 삼바와 보사노바 등 브라질 대중음악 공연이 열리며 하모니카 솔로이스트인 가브리엘 그로시(Gabriel Grossi)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라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신예원 씨가 ‘새야 새야’ 등 민요를 보사노바로 재해석해 부른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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