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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한예리 “김응수처럼 화통하고 유쾌한 사람이 이상형”(인터뷰)
엔터테인먼트| 2012-05-10 12:22
보이시한 짧은 컷트 머리에 화장기 없는 순박한 얼굴, 운동복을 입고 탁구대 앞에서 땀을 흘리던 유순복은 온 데 간 데 없고, 유난히 하얀 피부와 쌍꺼풀 없는 큰 눈 수줍은 미소 가득한 그가 단아하게 앉아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 한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배우 한예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1984년생. 한국 나이로 치면 29살인 그는 고등학생처럼 앳된 모습을 갖고 있다. 이처럼 나이에 비해 유독 어려보이는 한예리.

그는 앞서 2008년 미쟝센영화제에서 데뷔작 ‘기린과 아프리카’로 연기상을 수상하며 나이를 초월한 ‘여고생 연기’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독립 영화계에 당당히 첫 발을 내딛은바 있다.

이후 한예리는 2010년 ‘백년해로외전’으로 미쟝센영화제에서 또 한번 연기상을 거머쥐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왔다. 이처럼 독립영화를 통해 기반을 다진 한예리는 지난 5월 3일 개봉된 영화 ‘코리아’를 통해 큰 상업영화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극중에서 첫 국제대회 출전에 나선 북한 국가대표 유순복 역을 맡아 남다른 탁구 실력부터 자연스러운 북한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쟁쟁한 선배들은 물론,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줬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아무래도 북한 탁구 국가대표 선수 역을 맡다 보니 ‘말투’와 ‘탁구 실력’이 받쳐줘야 됐어요. 우선 배우 이전에 탁구 선수가 돼야 했죠.”

한예리는 극중 유순복을 소화하기 위해 안양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하루에 상당 부분 탁구연습에 할애하면서 6개월 간 쉴 틈 없이 연습했다. 

“특히 탁구를 처음 배우는데다 왼손잡이인 제가 유순복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오른손 잡이로 바꿔야 했던 고충이 있었어요. 거울만 보고 얼마나 많이 했는지 손이 정말 잘 안 움직이더라고요.”

또 한예리는 함경남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배두나와 이종석 등과 함께 지도를 받았다.

“항상 귀에 이어폰을 끼고 발음 연습을 했고,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께 항시 여쭤보며 체크를 받았죠. 평양 말씨를 쓰는 다른 선수와 달리 함경남도 사투리를 써야 했기에 유독 더 신경썼어요. 하하.”


영화 속 순복은 북한을 벗어나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환경, 게다가 남북 단일팀이라는 부담감으로 인해 실전 울렁증을 겪게 된다. 극 속 순복의 바짝 얼어붙은 눈빛, 미세한 떨림까지 생생하게 전달한 한예리의 열연은 마치 독립영화계에서 큰 상업영화로 첫 발을 내딛은 자신의 모습에 투영된 듯 했다.

“군대에 갓 입대한 신병, 신입사원, 첫 교생 실습 등 어느 누구나 다 순복이 같은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누구나 다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감을 하셨을 것이고, 저 역시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순복이를 표현했죠. 사실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순복이와 가깝게 표현이 된 것 같아 만족해요. 큰 영화는 처음 얼굴을 내미는 건데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도 기대되고요. 하하.”

‘코리아’에서 감칠 맛 나는 입담을 주고 받으며 영화의 활력소 역할을 했던 김응수와 박철민 콤비. 실제로도 두 사람 덕분에 촬영장은 웃음꽃이 활짝 폈다는 후문.

“두 분도 정말 지치고 힘들텐데 나머지 배우 및 스태프들을 위해 농담도 건네시고, 웃겨주셔서 정말 존경스럽고 부러웠어요. 특히 김응수 선배님은 극중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이기도 했고, 인상이 강하셔서 무서운 분 일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힘들 때 마다 나란히 손잡고 한참 동안 길을 걸으면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아버지처럼 의지하게 됐어요. 영화에도 그런 것들이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이렇듯 한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한예리와 김응수의 끈끈한 선후배의 정은 남달랐다. 그러다보니 한예리의 실제 이상형도 김응수에 가까웠다. 그는 이상형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김응수 선배님!”이라고 대답했다.

“김응수 선배님은 늘 유쾌하시고 성격도 화통하세요. 어느 곳에서 어떤 상황을 만나든지 늘 여유있게 대처하시고,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분이시죠. 그러면서도 다정다감하게 후배를 챙겨주시는 모습이 좋았어요.”

결혼에 대한 질문에 한예리는 굳이 서두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아직 배우로써 더 성장하고 싶은 그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

“결혼은 사람마다 다 각자의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늦게 시작한 만큼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 않아요. 만약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게 되면 그일 역시 확실하고 잘해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연기에 올인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여유가 생겼을 때 하고 싶어요. 하하.”

한예리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연극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무용을 했다. 학창시절부터 많은 수상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는 권태로움만 남았었다. 그 무렵 한예리에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한예종 재학 당시 그는 학교 영상원으로부터 단편영화 작업에 대한 제의가 와 이 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당시 새로운 열정이 마구 샘 솟았어요. 또 항상 도전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어요. 그 매력은 무궁무진하며 오랫동안 연기를 즐기고 싶네요. 대중에게 인정받는 좋은 배우가 돼야죠. 하하.”


최준용 이슈팀기자 / issue@,사진=김효범 작가(로드포토스튜디오) hyobeo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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