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역·서민금융 밀착 제역할 찾아라”
뉴스종합| 2012-05-15 11:02
국내 저축銀 PF사업 진출
부동산 침체에 부실늪 빠져

美 저축대부조합 부실화후
저위험 주택금융 충실 회생
지역경제 집중 獨도 본보기


저축은행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카드대란 이후 먹을 거리가 없었던 저축은행업계는 한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PF 대출에 앞다퉈 발을 들여놓았다. 황금 알을 낳던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드리우자 ‘부실의 늪’으로 바뀌었다. 발을 빼려고 바둥거렸지만 결국 시장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출됐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서민금융을 벗어난 저축은행은 다 망했다”면서 “‘상호신용금고’으로의 명칭 변경 등 외형을 바꾸기보다 실질적인 영업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단행한 해외 저축은행들은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으로 회귀해 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제 2 지방은행’은 지역 주민 수신을 기반으로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지만 업종별 분산 대출로 위험을 회피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대폭 낮췄고 농가대출 개척, 중소기업 제휴 등으로 영업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0%에 달했던 제 2 지방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4%대로 하향 안정화됐다.

일본 금융당국도 지역 중소 금융기관의 경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밀착형 금융 강화 계획’을 매년 수립하는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의 주택금융 전도사로 돌아온 미국의 ‘저축대부조합’도 좋은 본보기다. 저축대부조합은 지역 내 소액 단기 저축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기지대출로 운영하는 금융기관이다.

경기 활황기 때 자산을 키웠던 저축대부조합은 1970년대 말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여파로 대거 부실화됐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 1800여명을 기소하고 1000여명을 형사 처벌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이후 지역 모기지론에 매진하면서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가계를 위한 주택금융에 충실했다.

이 밖에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유지한 독일 저축은행도 성공모델이다. 영업지역 제한 원칙을 지키면서 무리한 외형 확장을 자제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대신 지역 제조업계의 자금공급처를 자처하면서 안정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저축은행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경기 호황기를 누렸던 2007년까지 주택대출을 대폭 늘려 자산을 키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택가격이 폭락해 부동산 관련 대출이 대거 부실화됐다. 2007년 말 0.89%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부실채권(NPL)비율은 2009년 말 5.34%로 급증했다. 스페인 금융당국은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페인 최대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국유화하는 등 저축은행의 3분의 1 이상 퇴출되거나 인수ㆍ합병(M&A)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서민금융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지역성을 강화하고 사업영역을 차별화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 /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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