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주유소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뉴스종합| 2012-05-17 10:22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내림세다. 5월 둘째주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8.9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둘째주 배럴당 123.59달러를 기록한 이래 줄곧 내림세다. 지난 16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도 배럴당 0.87달러 하락한 107.7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3일 15.91달러 이후 최저가다.

국내 주유소에서의 휘발유 판매가도 동반 하향세다. 4주 연속 하락이다. 지난주는 2053.3원을 기록해 3월 4째주 수준으로 회귀했다.그러나 급락 가능성까지 나오는 국제유가에 비하면 시원스레 내려가는 모습은 아니다. 국제 유가는 올해 최저가 수준에 육박하는데 국내 주유소가격은 아직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고 있다.

이때문에 정치권과 정부 당국은 국제유가가 오를때는 곧바로 국내에 반영하던 정유사가 반대의 경우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 큰 이익을 낸다며 원가 공개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최근의 높은 영업이익율은 정제유를 수출하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온 것일 뿐 국내 주유소 판매와 관련된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율은 2.5%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국내 제조업 평균(5.2%)에도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와 주유소 판매가가 엇박자를 내는 근본원인은 정유사가 실제 기름을 사오는 가격과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완전히 별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싱가포르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약 2주일의 격차를 두고 연동돼 책정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는 우리 정유업체들이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를 거래한다.

그런데 정유사들이 실제로 원유를 사는 가격은 구입 당시의 환율이나 구입 물량과 딜러의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더 싸게 살수도 있고 비싸게 살수도 있어 싱가포르현물시장에 연동된 최종 판매가와는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유사들이 실제 원유 수입가를 공개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만 정유사들은 영업비밀임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이때문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알뜰주유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공인회계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유사 기름값 산정 구조는 이해가 안될 정도로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아 가격 적절성을 철저히 따져보기 힘든 시장이 됐다는 얘기다.

국제유가 자체에 대한 신뢰성도 문제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G20회의를 통해 국제유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왜곡돼 있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이에따라 플라츠(Platts), 아구스(Argus) 등 국제유가를 공시하는 민간기관들이 투명하게 가격을 평가 발표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유가 산정 과정에 투기세력 등이 개입돼 국제유가 자체가 못 믿을 게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 유가의 투명성 개선 논의는 지난 2009년 피츠버그 회의 당시 ‘유가변동성 확대’의 의제화에 합의한 이후 2010년 서울, 2011년 칸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진전됐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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