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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운동가의 딸’ 이금선씨 노숙인 생활했었던 애틋한 사연은?
뉴스종합| 2012-05-21 08:24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이금선(77)씨는 매일 오전 7시가 되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 앞으로 출근한다. 이씨는 이곳에서 하루 5시간 동안 잡지 ‘빅이슈’를 판매한다. ‘빅이슈’는 과거 노숙인이었던 사람들이 판매하는 잡지다. 그도 얼마 전까지 노숙인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 잡지를 팔았고, 3000원짜리 한 권을 팔면 1600원을 갖는다. 외대 학생들이 하루 10여권 정도 구매해줘 하루 1만 6000원 정도 벌고 있다.

이씨는 독립운동가 ‘이성준’의 막내딸이다. 이성준씨는 국가보훈처 독립‘운동가’ 명단에 등록돼 있지만, 호적ㆍ족보 등 독립운동 활동을 증명할 서류가 없어 국가‘유공자’로 지정받지 못했다. ‘독립 운동가의 딸’ 이씨는 아버지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려다 사기도 여러 번 당해, 노숙 생활을 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씨는 지난 1936년에 경상북도 성산군 해평면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후 독립운동가 아버지를 따라 1943년 중국 길림성으로 옮겨갔다. 이웃 중 누군가가 이성준씨의 독립운동을 밀고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버지가 14세부터 독립운동을 시작해 양주전투에도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을 활발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독립운동을 했던 이씨 아버지는 1991년 중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씨는 아버지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기 위해 1995년 한국에 왔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로서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게 문제였다. 그는 국가보훈처에 여러 번 갔지만 “호적이 필요하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현재 호적과 족보, 독립운동 상장 등 아버지에 대한 자료가 모두 사라진 상태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이씨 모친이 “독립운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위험해진다”며 자료를 모두 불태워 버린 것.


이씨는 족보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사기도 여러 번 당했다. 서울 중앙도서관에서 200만원을 주면 족보를 찾아준다는 사기꾼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네기도 했다. 또 길가에서 아버지 관련 서류와 돈 70만원이 든 가방을 도난당한 적도 있다.

결국 가진 돈을 모두 잃은 그는 아는 사람이 없는 한국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지하철역에서 잠을 자며 지냈다. 이후 지방의 한 여관에서 몇 년간 일했다. 여관을 나온 뒤엔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청량리 무료 급식소 ‘밥퍼’에서 세 끼를 해결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이성준씨는 두 명이다. 출생연도가 불확실해 이중 가족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이성준씨가 이씨의 부친으로 추정된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으려면 호적이나 족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살다 온 경우에는 중국 공안에서 발행한 호적등본 ‘당안(黨案)’이 필요하다”면서 “보훈처는 이 서류를 보고 국가유공자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씨가 중국에서 받아온 당안에 ‘이성준’씨의 이름이 ‘이구’씨로 돼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버지가 중국에 간 뒤 이름을 이구로 바꿨다”고 했다.

현재 이씨는 서울 이문동의 임시거처에 살고 있다.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 빅이슈 잡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죽기 전까지 아버지를 독립유공자로 등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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