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28)의 페이스북 계정 자기 소개난이 ‘애인 있음’에서 ‘결혼함’으로 바뀌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사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살 연하의 중국계 미국인 예비 의사 프리실라 챈과의 9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요란하게 주위에 알리지 않고 친한 지인들만 참석한 ‘깜짝 결혼식’이었다.
페이스북 기업공개(IPO)로 잭팟을 터트린 ‘200억달러의 사나이’, 포브스 선정 세계 29위 부자라는 수식어를 감안하면 누구나 초호화 예식을 떠올렸을 법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너무도 소탈한 결혼식 풍경이었다.
이날 언론을 통해 전해진 저커버그의 결혼식은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평범한 미국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평범한 미국인들의 결혼식보다 더 조촐했다는 평가마저 있을 정도다.
예식장은 최고급 호텔이나 호화 개인 리조트가 아닌,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위치한 자택 뒷마당이었다. 신부의 졸업축하 파티인 줄 알았다고 참석했다는 하객들도 가족, 지인 등 100여명에 불과했다.
저커버그가 손수 디자인했다는 결혼 반지에는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대신, 사랑과 정열의 상징 루비가 아담하게 박혀 있었을 뿐이다. 사실 이날 결혼식을 호화, 사치와 거리가 먼 그의 일상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저커버그는 대저택에 사는 대부분의 억만장자들과 달리 640만원 가량의 월세집에 살고 있다. 평소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즐겨 결혼 식을 위해 양복을 입은 모습조차 화제가 될 정도였다.
대신 주커버그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처럼 남을 위해 돈을 쓰는 존경받는 부자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부할수 있는 경지에 이를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말한 주커버그는 지난 2010년 거대 기부단체인 빌-멜린다 게이츠 기빙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뉴어크시의 교육을 위해 1억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미 금융위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상위 1% 부유층의 탐욕과 횡포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버드대의 좁은 창고에서 창업 신화를 일궈낸 28살의 청년 거부는 돈의 가치에 관한 교훈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