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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만년 대리는 왜 새벽마다 ‘금강경 5100자’를 썼을까
뉴스종합| 2012-05-22 10:00
[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게경개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開經偈 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 )…’ 

근속 31년의 만년 대리는 매일 해뜨기 훨씬 이른 시간 일어나 ‘금강경(金剛經)’을 옮겨 적었다. 수십분씩 정좌를 하고 있으면 다리가 저리기도 했지만 작은 붓펜을 오른손에 쥐고 한자 한자에 마음을 쏟았다. 평생을 바친 회사와 함께 일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다.

대한전선의 한 직원이 회사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금강경을 필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한전선 당진공장에서 근무하는 석철완(59) 대리. 그는 최근 5100여자에 달하는 금강경을 붓글씨로 모두 꼼꼼히 옮겨적어 회사에 보냈다.

그는 회사에 뭔가 해줄게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금강경을 택했다. 금강경을 정성을 다해 옮겨 쓰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다. 석 대리는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한 시간씩 금강경을 원고지에 옮기고 출근했다. 빨리 완성할 수도 있었지만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석 대리는 평생을 대한전선과 함께 했다. 같은 공장 초고압 생산팀에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형의 추천으로 대한전선에 발을 들인것이 1981년. 31년이 넘는 시간 근무하면서 여러가지를 겪었다. 1980년대 가전사업의 실패로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겪는 것도, 본업인 전선으로 다시일어나 국내 최고의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던 시기도 모두 함께 했다. 석 대리 개인적으로 통신케이블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면서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발전을 최전선에서 함께 했다는 자긍심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사가 다소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고민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특히 눈에 밟혔다. 석 대리는 “부족한 선배로서 짐을 물려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내가 지난 30년간 발전하는 대한전선의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가졌던 것처럼 후배님들의 능력이라면 대한전선을 다시 최고 기업으로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강경을 옮겨 적기 전부터 석대리는 사내에서 글솜씨로 유명했다. 그간 단편소설 15편, 장편소설 1편, 수필 100여편을 썼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도 있다.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사내에 그의 팬들이 많다.

석 대리는 “대한전선은 가족 같은 곳이다. 형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대한전선을 다니면서 집도 마련하고 가족도 꾸리고 애들 둘도 번듯이 키웠다”며 “회사에 몸담는 마지막 날까지 회사를 반석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쏟아 부을 작정이고 개인적으로는 소질을 더욱 개발해 삶이 묻어나는 글쓰기를 통해 또다른 나를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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