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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억이 +60억 ‘우량병원’으로…금융계 고위급 등장 의혹 확산
뉴스종합| 2012-05-22 11:24
잇따른 비리 의혹에 청와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대출 청탁 주체는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가 아니라 실무급인 청와대 본관 K 선임행정관이다. 특히 160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던 병원이 금융기관들을 거치며 60억원 가치의 우량 병원으로 거듭난 과정이 치밀하다. 과연 선임행정관의 힘으로 가능했느냐는 의혹이 남는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금융계 최고위 인사가 등장하는 점도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청와대가 전한 K 씨 진술은 “형이 운영하던 S 병원이 엔화 차입을 하다 엔화 강세로 빚이 크게 불어나면서 2007년께 미래저축은행과 거래를 시작했다”다. 2007년 100엔당 800~900원이던 원/엔 환율은 2008년 이후 1400원까지 급등한다. 순식간에 원금이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결국 S 병원은 160억원 상당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2010년 법정관리 과정에서 농협이 보유한 120억원 규모의 S 병원 선순위 채권이 구조조정회사인 유암코에 27억원에 팔린다. 1순위 채권은 액면가의 80% 정도 값을 쳐주는 게 보통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의혹이 제기된다.

유암코는 이를 다시 미래저축은행 특수목적법인(SPC)에 50억원에 되판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서 “유암코 보유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을 찾았고, 김 회장의 변호사와 함께 유암코를 찾았는데 시장에서 이 채권을 90억원에 사려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유암코는 이 채권을 50억원에 SPC에 넘긴다.

김승유 전 회장 측은 “사실무근이며, (압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암코는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 은행과 농협 등이 공동 출자한 회사다. 하나금융 계열인 하나캐피탈은 그림 등을 담보로 145억원을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투입한 인연이 있다.

이렇게 S 병원의 1순위 채권자가 된 SPC는 법정관리 취소 신청과 함께 경매 신청을 했고, 120억원에 낙찰받았다. 이 과정에서 1순위 채권자 몫 배당금 110억원이 나와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다고 한다. SPC는 K 씨 형 측에 S 병원을 60억원에 되판다. 60억원은 SPC가 채권 매입 50억원과 낙찰가 120억원 등 총 170억원의 투입금에서 1순위 배당금 110억원을 뺀 순투자액이다. 결국 100억원대의 빚은 농협과 유암코가 나눠 떠안은 모양이 됐다.

그런데 K 씨는 “(1990년대부터 알고 있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 2010년 말 대출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대출 대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K 씨의 형은 S 병원의 경영권이 없었다. 따라서 청탁 내용은 K 씨의 형이 S 병원을 되찾는 데 필요한 돈을 대출해 달라는 것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S 병원은 농협과 유암코를 거치며 빚 세탁을 했고, 김 회장 측이 빌려준 돈 덕분에 다시 K 씨 형에게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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