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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한나라당 주홍글씨, 지우고 싶다”
뉴스종합| 2012-05-23 15:01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이제는 제발 (한나라당이라는)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23일 손 고문은 자신의 블로그에 ‘내 마음의 책임면제철’이란 글을 올려 “한나라당 전력이 지금에 와서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그 주홍글씨가 자주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면서 이같이 고백했다.

손 고문은 “물론 지나온 삶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고 후회한다고 지나온 시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20대와 30대의 모든 청춘을 오직 민주주의에 바쳤는데 어쩌다 한나라당이라는 원죄에 갇혔을까. 짚고 넘어가기는 해야한다”고 자문했다.

93년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 그는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는 ‘3당합당’으로 태어난 민자당 정권이 아니었나. 하지만 그동안 고민하고 투쟁해 온 뜻을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특히 “당시 운동권 선후배들이 국회에 진출해 있었고 솔직히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영국 유학을 떠났다 돌아왔으니 이제 그 포부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손 고문은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여기에 대해 그는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정치적 욕망이 개혁을 명분으로 분출한 것이었다. 당시 김대중 총재의 정계은퇴 선언이 민자당으로 가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스스로 덜어내게 했는지 모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그 당시의 욕망이 선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국회의원 되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다”고 소회했다.

손 고문은 “(김영삼 정권의 개혁이 퇴색한 이후) 그때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도 한참 건넌 뒤였다. 나는 진영논리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고 그 진영 내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급급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되돌아봤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 안의 진보라고 규정하고 한두가지 진보적 개혁적 언행을 방패로 내 안에 자기정당성을 구축하려 했다”면서 “한나라당에 있으면서도 제왕적총재에 반대해 주류로부터 왕따를 당했고 ‘햇볕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만으로 나는 내 마음 속의 책임면제철을 쓰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손 고문은 “2007년 나는 내가 걸어왔고 걸으려했던 본래의 나의 길을 가기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금의 민주당에 합류했다. 그것으로 지금까지 써 온 책임면제철이 깨끗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의 상황논리에 묶에 (내가 걸어왔던 길을) 억지로 부정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위선이 될 것”이라며 “내가 가야할 길이 비록 가시밭길을 맨발로 가야만 하는 길이더라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한편 유럽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손 고문은 현재 대학과 정치권 강연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정책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전날 경남대 강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가리켜 “백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으며 문재인 상임고문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 의리의 사나이”라고 치켜세웠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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