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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폭행에 얼룩진 불교계...부처님 오신날, 더 이상 부끄러움이 없기를
뉴스종합| 2012-05-28 13:16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계파갈등에 정신이 팔린 스님들은 ‘예의’도 잊었다. 이들은 불교계 연중 최대행사인 ‘부처님 오신날’(28일,불기 2556년)을 사흘 앞두고 또 사건뉴스를 만들어냈다. 이번엔 폭행 사건이다. 한국 불교의 역사가 한자리에 모여있는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앞에서 이들은 치고 받았다. 오신 부처님도 분개할 일이다.

조계종 소속 승려 8명의 억대 도박 의혹을 폭로한 성호스님이 25일 조계종 종무실장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성호스님은 이날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원혜·도법 스님 등 4명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종단 사정기관인 호법부에 제출하려다 조계종 종무실장과 몸싸움을 벌였다.

종무실장은 “이 사람은 조계종 스님이 아닙니다. 현혹되지 마세요’란 문구의 옷을 입을 입고 성호스님의 기자회견을 방해했고 성호스님은 “너는 종북좌파”라며 “종북좌파는 죽어도 된다. 맞아야 한다”면서 수차례 밀고 발로 차기도 했다. 총무원 관계자 등은 이들의 몸싸움을 빤히 지켜보며 호법부의 문을 꽁꽁 잠궜다. “왜 나만 경찰서에 가냐”며 “억울하다”고 주장하던 성호스님은 바닥에 드러누우며 경찰의 연행에 저항했다. 몸싸움은 기자회견차 모인 취재진에 의해 주먹질, 발길질 하나 하나 카메라에 담기며 세상에 보여졌다.

승려도박파문이 불거진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불교계 어디에서도 쇄신과 자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말뿐이다. 수십년간 수행을 했다는 스님들은 갈등이 생기면 여전히 세속의 사정기관을 찾는다. 검찰 문턱은 고소ㆍ고발장을 접수하려는 스님들로 여전히 분주하다. 이번엔 검찰이 아닌 경찰서를 행한 성호스님은 “죄없는 사람을 체포했다”며 종무실장과 경찰관 등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남은 한 손에 또 다른 고소장이 들려있었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불교계 폭로전에 시민들은 머리가 어지럽다. 없던 번뇌도 생길 정도다.

신뢰를 잃은 불교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의 결단이 필요하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 깨달음의 종교 아니던가. 28일 열린 부처님오신날 행사에서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진제 스님은 “모든 불화와 갈등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그 원인”이라며 이를 떨쳐 밝은 지혜를 회복하고 ‘참 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이웃생명들이 마음에는 평화, 삶터에는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은 무명과 욕탐의 세계에 지혜와 나눔으로, 대립과 갈등의 삶터에는 화해와 공존으로, 서로의 차이에는 차별과 배타가 아닌 존중과 상생의 말씀과 손길로 오십니다”라고 말했다. 불교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리라. ‘

눈 가리고 아웅’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내년 ‘부처님오신날’은 더이상 부처님 앞에 부끄럽지 않길. 곰도 사람이 되기까지 10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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