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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들, 해외 기업 사냥 다시 나섰다
뉴스종합| 2012-05-30 10:37
[헤럴드경제=김현경기자]일본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을 무기로 해외 기업 사냥에 다시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일본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해외 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일본 기업과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금융권 및 재계 관계자들은 과거 일본의 M&A 열풍이 ‘탐욕’에서 비롯된 데 반해 최근의 M&A 바람은 ‘공포’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수익이 줄어든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대규모 지진과 해일이 발생해 생산 시설이 파괴되고 전력난이 일어난 점 또한 M&A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사토 야스히로 29일 미즈호금융그룹 최고경영자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줄지어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일본담배산업이 벨기에 담배제조업체 그리슨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29일에는 마루베니상사가 미국 곡물유통그룹 가빌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탱크엔진제조업체 토마스를 인수한 장난감 제조업체 토미의 토미야마 칸타로 사장은 “국내에서 더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었다”며 “갈라파고스 증후군(일본 제조업이 일본 시장에만 주력한 결과 세계 시장에서 고립된 현상)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일본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데 투자한 금액은 342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해 해외 M&A에 840억달러를 쏟아부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이는 1980년대~1990년대초 해외 M&A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세계 순위도 2010년 대비 여섯 계단이나 상승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은 막대한 현금 보유량이다. 일본은 1980년대 자산 거품 붕괴 이후 수십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2조6000억달러의 현금을 모았다.

일본 엔화의 대달러 환율이 낮아진 것도 도움이 됐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80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엔화 가치는 2년 전에 비해 10% 가량 높아졌다.

WSJ는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올 들어 세계 시장의 해외 M&A 규모가 21%나 감소한 가운데 일본의 해외 M&A 약진은 두드러진다”며 “일본이 영국, 중국 등 해외 M&A 시장의 거물들을 제치고 국제 시장에 거대한 자본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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