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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자녀 ‘IT 시간낭비’ 심하다
뉴스종합| 2012-05-31 11:55
디지털격차 해소하니 또다른 부작용 발생…
IT기기에 허비하는 시간 고졸 부모-대졸부모 아이 5배差


미국 오클랜드에 사는 마키 쿡(12)은 엑스박스360과 닌텐도 위(Wii)의 마니아다. 형편이 어려워 항상 돈 때문에 허덕이지만 이 비디오게임기 두 대를 모두 갖고 있다.

쿡이 주말에 잠드는 시간은 일요일 오전 7시다. 게임을 하느라 이틀 밤을 지새우기 때문. 언제나 월요일 아침이면 눈이 충혈되는 것도 그래서다. 평일에는 유튜브로 동영상을 찾고, 페이스북을 하고, 문자를 보내느라 휴대폰을 끼고 산다.

쿡처럼 디지털기기로 ‘놀기만 하는’ 아이 열 명 중 세 명은 아프리칸-아메리칸(흑인)이거나 히스패닉(멕시코 이민자) 출신 가정의 자녀다. 이들의 부모 중 대학을 졸업한 이는 드물다. 


미 인구조사국(USCB) 통계에 따르면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의 대졸자 비율은 각각 백인의 절반도 안된다.

1990년대엔 디지털기술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빈부 차이를 포함한 인간의 계급이 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나온 용어가 ‘디지털 격차’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낭비 격차’라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했다. 빈곤층 자녀가 부유층 자녀에 비해 컴퓨터와 게임기, TV 등 디지털기기 앞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카이저가족재단(KFF)의 2010년 보고서를 인용해 부모 학력이 고졸 이하인 가정 자녀가 디지털기기와 함께하는 시간은 대졸 이상 부모의 자녀와 5배의 차가 난다고 보도했다. 1999년 당시 16분이었던 시간 차는 2010년 90분으로 늘어났다.

자녀가 디지털기기에 낭비하는 총시간도 부모 학력에 따라 달라졌다.

KFF에 따르면 고졸 이하 부모의 자녀는 매일 11시간 30분 동안 TV를 보거나 컴퓨터ㆍ게임기 등을 갖고 놀며 보냈다. 11년 전에 비해 4시간 40분이 늘었다. 대졸 이상 부모의 자녀가 디지털기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10시간으로, 11년 전보다 3시간 30분 증가했다.

이런 격차는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기기 사용을 살피고 제한할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생겨난 문제다.

캘리포니아 주 이스트오클랜드 공립중학교 교장 로라 로벨은 “개인적으로 집에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지만 그것이 구세주도 아니다”며 “페이스북을 어떻게 모니터링하는지 모른다고 불평하는 부모가 있다”고 말했다. 쿡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도 통신망이 갖춰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나 보이드 연구원은 “디지털 격차가 해소될수록 그동안 간과한 문제가 커졌다”며 “(디지털 격차) 해결을 위한 초기 노력은 컴퓨터가 놀기만 하는 데 쓰일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미 정책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억달러를 들여 컴맹퇴치 강사를 대규모로 양성할 방침이다. 이들 강사는 각급 학교나 도서관 등에 배치돼 부모와 학생, 구직자에게 바람직한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올 가을에는 소년소녀클럽, 라틴아메리카계 미국시민연맹, 유색인종 발전을 위한 전미협회 등에 이들 강사를 파견해 컴맹 퇴치 활동을 도울 계획이다.

앞서 일부 주정부와 민간단체는 빈곤층 부모나 실직자에게 IT기기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가르치는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윤현종 기자>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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