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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죽었다”…이집트 무바라크 재판결과 항의 대규모 시위
뉴스종합| 2012-06-03 13:34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무바라크 전 대통령 및 그 측근의 판결소식을 접한 이집트 시민들이 2일 저녁(현지시간) 재판결과에 항의하며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이집트 재판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에 25년 형을 선고한 데 이어 이어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부 장관에게도 2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바라크와 그의 두 아들 가말, 알라의 부패 혐의와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유혈 진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시위대는 특히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 고위 관계자 6명이 살인혐의를 벗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민중 봉기 과정에서 해방구 역할을 했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 규모가 한때 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광장 바닥에 앉아 이집트 국기와 플래카드 등을 흔들며 ‘군부 통치 타도’ ‘사법개혁’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시민들은 “우리는 살인자들에 대한 처형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월 28일 봉기 당시 아들을 잃었다는 라마단 아흐메드는 “정의는 죽었다”면서 “엉터리 재판이고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항의 시위는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만수라에서도 진행됐다. 지중해에 접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재판 결과에 항의했고 운하 도시인 이스마일에 1500여명, 수에즈에 2000여명의 시민이 사법부 쇄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16~17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나서는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의 선거운동본부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특히 법원이 경찰 고위 간부 6명의 유혈 진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는 당시 시위를 유혈진압한 6명의 경찰 지도부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을 두고 시민들이 이를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날 오전 재판이 진행된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 안팎에는 7000여명의 군인과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무바라크 지지자와 반대 세력이 돌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여 수십여명이 다쳤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이 발발한 지난해 1월 25일부터 2월 11일까지 18일간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850여명을 숨지게 하고 집권 기간에 부정 축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집트 검찰은 5월 31일 최종 심리에서 “한두 명 혹은 수십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사건이 아니라 전 국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며 무바라크에 사형을 구형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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