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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쓰는 공정위?…조사 제품리스트에 ‘397세대’ 보인다
뉴스종합| 2012-06-15 09:39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단체로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기라도 한 걸까. 공정위가 올 들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제품군을 살펴보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397세대(30대이면서 90년대에 대학을 나온 70년대생)’가 핵심소비층인 품목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386세대라 불리는 40대가 애용하는 제품들은 비교적 찾기 어렵다.

▶깐깐한 소비심리 자극하는 생활필수품이 대부분= 공정위 소비자정책과는 지난 2월부터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를 벤치마킹한 ‘K-컨슈머리포트’를 통해 특정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 가격과 유통구조를 조사ㆍ분석해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다. 5월부터는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전후를 비교, 수입 제품의 관세 인하에 따른 소비자가격 변동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를 통해 현재까지 조사를 벌인 품목은 전기다리미, 무선전기주전자, 가습기 등 소형 전기제품들이나 워킹화, 등산화, 변액연금보험 등 생활상품들이다. 이들 제품의 주요 소비층은 397세대라고 볼 수 있다. 생활필수품에 대해 카드 혜택까지 꼼꼼히 챙기며 깐깐한 소비행태를 보이는 것이 397세대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오는 8월엔 식기세척기에 대한 컨슈퍼리포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비패턴을 묻는 조사에서 30대는 물건을 사기 전에 미리 품목과 가격 등을 정해놓고 계획구매를 한다는 응답이 전 연령층 중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또 현재 397세대는 주로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인 경우가 많은데 공정위는 지난 3월에 유모차, 5월엔 어린이음료 제품에 대한 조사결과를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시민모임과 공동으로 25개사 유모차의 국내외 판매가격을 비교, 차이가 최대 2.2배에 달한다는 점을 밝혀 30대 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공정위는 추가로 이달 중 젖병 제품에 대한 조사자료도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공정위가 인터넷 판매 허용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는 와인 또한 397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품목이고, 이달 중 발표 예정이 테이크아웃 커피도 마찬가지다.

▶공정위 ‘397세대’ 겨냥했나= 매번 히트를 치고 있는 공정위의 리포트 시리즈는 397세대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구매 전 여러가지를 치밀하게 따져보는 이들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조사품목을 결정할 때 흥행을 위해서 397세대를 타깃팅해 놓고 선정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397세대가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계층으로 부상한 탓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 품목들이 이들 세대의 레이더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대한민국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란 보고서를 통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소비시장에서 397세대가 40대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소비시장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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