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주가조작 피해자에 대한 민사적 구제
뉴스종합| 2012-06-19 11:15
불공정거래로 야기된 손해
개인적 차원 실패로 인식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통해
자본시장 건전성 높여가야


우리나라 자본시장통합법은 증권시장에서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공개 중요 정보의 이용, 시세 조종, 부정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금전적 손해를 본 투자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제도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고, 또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집단소송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실제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피해를 구제받는 경우는 매우 적다는 점이다. 피해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불법행위에 의한 투자자 손실 구제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부분의 피해자가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지며,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는 경우에도 이미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피해 사실을 알더라도 투자자가 소송을 직접 제기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변호사 비용뿐만 아니라 인지대 부담도 상당하며, 집단소송의 경우에는 고지ㆍ공고ㆍ감정 등의 비용을 법원에 미리 납부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적지 않다.

셋째,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가 불공정거래행위와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가 불공정거래에 따른 손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나아가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마지막으로, 승소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피해를 구제받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선 별도의 집행절차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행위자들이 재산을 은닉ㆍ처분할 경우 실제 집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는 통상 불공정거래를 조사ㆍ처리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 가해자들이 집행을 면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불공정거래의 피해자들이 민사상 손해를 구제받는 데 있어 제기되는 이러한 어려움들을 해결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당국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2년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에 의해 증권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자로부터 징수한 부당이득 반환액과 민사제재금을 국고에 귀속시키지 않고 기금(Fair Fund)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소송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피해자가 스스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회적으로 알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불공정거래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실패자로 보며 이를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그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중대한 문제다. 시장 규제 당국, 검찰 및 법원 등 모두가 불공정거래에 의한 투자자 피해 구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기대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