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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쇼건 뭐건…일 안했으면 돈 못받는게 맞다”
뉴스종합| 2012-06-20 11:24
“억울해도 1호 총선공약이니…”
곳곳서 불만·볼멘소리 나왔지만
국민들은 “반납 당연한 일”

날치기 국회 같은 속전속결 처리
반납 세비 사용처 합의도 없어
당 일각·네티즌들 싸늘한 반응도



1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 현장은 의원들 스스로도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분위기였다.

의총을 마친 뒤 의원들은 국회 계단에 올라 “국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세비를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준비된’ 현수막을 펼쳐들고 마지못해 구호를 외치는 어색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만큼 세비 반납을 둘러싼 시선도 엇갈린다. ‘돈 안 받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에서부터 ‘정치적 쇼’라는 폄하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여기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단어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서부터 갖가지다. 하지만 복잡한 시선에도 변하지 않는 맥은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 ‘일하지 않았으니 돈을 받지 않는 건 당연하다’는 국민의 시선이다.

이명수 선진통일당 의원은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법정 개원이 의무화되고 국회가 개원 안 되는 것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의원(무소속)도 새누리당의 행동을 정치적 쇼로 규정하면서도 “국회가 장기간 공전되면 (세비 반납)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새누리당 쪽에서 추진한다면) 동조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19일 국회 공전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전액 반납하기로 결정하고, 국회 본관 계단 밑에서 제19대 총선 공약 실천 및 민주당 등원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네티즌의 의견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한 트위터리안은 “국회의원도 ‘무노동 무임금’은 준수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장사도 안 되고 유럽 사태로 마음이 타들어 가는데, 놀다가 세비라니…. 국민은 100만원 뼈가 아파야 번다”며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을 지지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의원님들 이건 아니잖아요? 남 탓하지 말고 세비 반납하세요”라고 적었다.

국민의 일관된 목소리에도 세비 반납을 둘러싼 의원들의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자발적인’ 세비 반납이 돼야 할 양심행동은 결국 웃을 수 없는 코미디극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속내는 ‘원내지도부가 원 구성 협상에 실패한 것을 왜 일반 의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느냐’는 시각부터 ‘거절하면 꼴이 우스워지니 일단 지도부의 뜻에 따르자’는 의견까지 제각각이었다. 김용태 의원은 “일단 총선 공약이니까 지켜야 한다고 치자. 그런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분명히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치적 함의(?)에 대한 논쟁까지 겹쳐졌다.

김성태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은 산업 현장에서 노사 협상 결렬 시 사측이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개념”이라며 “그걸 국회에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고, 심지어 일부에선 “총선 공약에 왜 무노동 무임금을 집어넣어서 이런 분란을 일으키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국민은 세비 반납을 ‘뻔한 정치셈법’으로 폄했다. 단결 일치된 아름다운 행동이 됐어야 할 세비 반납이 보는 사람도 웃지 못하게 하는 어색한 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피를 닦아낸다고 칼이 깨끗해지는 건 아니다. 저 숱한 날치기와 폭력국회를 천막당사식으로 세탁하려 하는 품새”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19일 “내일이 세비 반납인데 오늘 의원총회하는 게 어딨느냐”며 “애초 무노동 무임금 얘기할 거였으면 진작에 노력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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