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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수입 끊어져…2000개 이란 수출 중소기업도 비상
뉴스종합| 2012-06-26 10:39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유럽연합(EU)이 오는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재보험 제공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되고 이란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는 26일 과천 정부중앙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대이란 원유수입 중단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4월과 6월 정부 각 부처 합동교섭단이 EU 측을 방문해 수송선박에 대한 보험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한국의 ‘예외 인정’ 안건은 EU 외무장관 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며 “EU 내 국가들의 의견 불일치가 아니라 EU와 이란과의 협상이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보험제공을 다음달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원유 수급 문제없나= 당장 시급한 현안은 국내 원유 수급 차질 여부다.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물량의 9.6%를 차지했다. 91억5000만달러어치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2개사가 자사 수입분의 각각 10%와 20%씩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도 불구하고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산 대체 수입선을 미리 확보한 덕분이다.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카타르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을 방문한데 이어 3월에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조석 2차관이 각각 쿠웨이트, 이라크를 찾아가 대체 원유 추가 도입을 약속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이미 이라크 산 등으로 대체돼 수입되고 있다”며 “수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을 대체해 기름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 다시 치솟나= 국제 원유가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이란산보다 비싼 원유를 수입해도 상쇄효과때문에 유가가 당장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더 떨어져야 할 유가가 내려가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통상 1년 중 가장 원유 소비량이 많은 때가 7~8월이지만 다행히도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추세”라며 “이란산 수입 중단이 직접적으로 주는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발 재정 위기에 중국과 미국 인도 등 대다수 거대경제권의 경제상황이 침체된 상황이어서 석유소비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재로 국제시장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2일 배럴당 89.15달러를 기록해 201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대 이란 수출 기업들 어떡해= 가장 큰 문제는 현 상황이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이란과의 교역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때 지불한 돈을 이란에 수출한 기업들이 대금으로 수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대 이란 수출 중소기업은 약 2000여개. 이들은 현재 이란과의 수출입 결제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계설된 ‘원화 결제 계좌’를 통해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 등 대다수 대기업은 이미 이란 수출을 중단한 상황이고 나머지 중소기업들의 교역 규모로 봤을 때 내년 3월까지는 잔고가 남은 상황”이라며 “그때까지 EU에 협상단을 새로 꾸려 추가협상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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