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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정 이끈 5인방은 누구
뉴스종합| 2012-06-29 11:31
[헤럴드경제=홍길용ㆍ신대원 기자] 21세기 을사늑약이란 비난까지 일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협정 ‘꼼수’ 처리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그럼 이 드라마를 만들어낸 5인의 주역는 누구일까? 정부내 많은 관계자들이 있겠지만 감독 김황식 총리, 주연 김관진 국방장관, 조연 김성환 외교장관, 카메오 신각수 주일대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획과 원작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압축된다.

▶감독 김황식 국무총리=일단 감독은 김황식 국무총리다. 대통령 순방중 국내 1인자인 김 총리는 국무회의의 장(長)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꼼수’처리의 총책임자다.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아도 묵인했고, 여론을 의식해 언론에 사전 양해를 구하자는 일각의 의견도 채택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김 총리의 위치는 여당인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정몽준 의원도 확인해 준다.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는 “시기와 절차가 다 잘못됐다”며 “김 총리의 판단력을 존경해왔는데 이 일은 정말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 총리가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고 구원투수로 등판한 뒤 진정성 어린 태도와 민생현장 방문 등으로 현 정부 최고의 인사라는 평까지 들었던 김 총리로서는 단 한 번의 연출로 그 간의 호평을 날려버리게 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무회의 절차상 다소 문제가 있긴 했지만 대통령이 외국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회의를 주재한 것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연 김관진 국방장관=드라마 주연은 김관진 국방장관이다. 애초부터 이번 협정은 국방부 소관이었고, 지난 1월부터 일본과의 협의도 주도적으로 해왔다. 5월 협정을 체결하려다 여론에 밀렸지만, 결국 체결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어째든 주인공 역할은 다한 셈이다. 다음 드라마 캐스팅도 거의 확정적이다. 정보보호협정 다음은 군수지원협정인데, 역시 국방부 소관이다. 지난 한미 국방-외교장관 회의에서 제작이 확정된연작시리즈 ‘한미일 군사협력 메커니즘’ 시리즈 내내 주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명품조연 김성환 외교장관=최근 드라마들을 보면 명품조연의 역할이 크다. 이번 ‘꼼수’의 명품조연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차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했다. 일본 측이 방위성장이 협정체결 당사자로 나설 수 없어지면서 양국 외무장관이 협정체결주체로 바뀌었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 특히 국방부에서 준비한 협정이지만 이를 외교부에서 받아 차관이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림으로써 헌법 제60조에 규정된 국회 동의 조건인 ‘안보’를 피할 수 있는 명분도 쌓았다.

▶카메오 신각수 주일대사=협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김성환 외교장관의 협정서명식 참석이 무산되면서 등장한 인물이 신각수 주일대사다. 카메오인 셈이다. 1977년 외무부에 입부한 신 대사는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제2차관을 모두 겪은 외교 베테랑으로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근무하고 일본당당 과장을 지낸 일본통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신 대사가 국익 차원에서 맡은 업무를 수행하긴 하지만 국민여론이 따가운 만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ㆍ원작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하지만 이번 꼼수 처리의 핵심은 역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다. 기획과 작가의 역할까지 모두 했다. 김 기획관은 2008년부터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핵심인물로 자리매김해왔고, 올 들어서는 수석과 거의 동급인 기획관까지 승승장구한다. 대북정책과 한미동맹강화, 특히 미사일사거리 연장에 있어 김 기획관은 이번 정권의 최고 핵심이다. 이번 꼼수 처리도 그의 작품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특히 순방중에 국방부가 아닌 외교부를 통해 국무회의 즉석안건으로 협정안을 의결시킨 부분이 클라이막스다. 외교안보라인 핵심이면서도 이번 대통령 중남미 순방을 수행하지 않고 서울에 남았던 것도 이번 협정안 처리를 꼼꼼히 챙기기 위해서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번 처리에 있어 공개처리를 주장한 목소리가 정부내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 등에서 비공개 안건으로 하더라도 언론에는 국무회의 의결 전에 엠바고(한시적 보도금지)를 걸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순방중 청와대 내 외교안보라인 최고 책임자는 김 기획관이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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