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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외교-국방 꼴불견 책임공방
뉴스종합| 2012-07-02 09:43
[헤럴드경제=홍길용ㆍ신대원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국무회의에서 ‘꼼수’처리했다가 협정체결 30분만에 전격 보류하는 외교 참사까지 빚은데 대해 청와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의 책임론 공방이 볼썽 사납게 전개되고 있다. 여론의 ‘뭇매’가 청와대로 향하자 청와대는 외교부로, 외교부는 청와대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국방부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가뜩이나 정권말 행정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정의 최선전이어야할 외교ㆍ안보라인이 적전 분열, 사실상 뇌사(腦死) 정부가 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떠넘기고, 발뺌하고, 우기고=이번 밀실추진은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협정 담당 부서인 외교부는 이를 가장 먼저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꼼수처리가 들통한 지난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당초 외교부에서는 밀실추진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안이 민감해 언론에 엠바고(일시보도 금지)를 요청, 충분히 설명하고 추진하자고 했으나 무시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청와대의 힘에 눌렸을 뿐 애초에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국방부의 경우 사실상 이번 협정을 추진한 실무부서임에도 “협정체결은 외교부 사안“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있다. 심지어 국방부 주변에서는 협정을 통해 얻는 정보는 군사적 가치보다 외교적 가치가 더 큰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외교부를 위해 밥상을 다 차려줬는데 외교부가 이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논리다.

총리실의 반응도 정치권의 도마위에 올랐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협정체결이 필요하다며 몰아붙여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사실상 국무위원들이나 청와대에 휘둘리는 ‘허수아비’로 만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이다. 큰 방향만 잡았고 실무는 외교부가 했다는 입장이다. 중남미 순방 중이라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챙길 수 없었다는 ‘알리바이’도 은근히 내세우는 모습이다. 밀실추진의 주체로 주목받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몸통’일 순 있어도, 그 웃선의 ‘머리’가 대통령이 아니라는 논리인 셈이다.

◆외교ㆍ안보라인 불통, 정권 뇌사(腦死) 앞당기나=외교ㆍ국방분야에서 균열이 드러나면서 정권말 행정력 약화는 레임덕(lame duck)을 넘어 데드덕(dead duck) 수준까지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외교부ㆍ국방부는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형성하는 3대 축이다. 하지만 외교부와 청와대가 등을 돌리고, 국방부와 외교부가 거리를 두는 상황이 되면 유기적인 3각 대형구축이 어렵다. 특히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제갈량’을 자처했던 김태효 청와대 기획관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민주당 등 야권 뿐 아니라 여권 일부에서도 국무위원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정무직인 장관의 청와대에 대한 충성은 변화가 없다손 치더라도, 실무를 담당한 직업공무원들로서는 동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 장관이 취임한다 하더라도 임가기 채 6개월여도 되지 않는 처치다보니 령(令)이 제대로 설리가 없다.

한편 청와대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소환과 내곡동 사저 특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방침이 확정된 데다 이번 한일 정보협정 밀실추진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행정력을 지휘할만한 여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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