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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령’ 김태효 사퇴…그래도 여전히 MB의 장자방
뉴스종합| 2012-07-06 09:31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한일 정보협정 밀실추진 논란 중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물러났다. 얼핏 읍참마속의 고사가 떠오르지만 김 기획관은 마속 정도에 비교할 인물이 아니다. 게다가 참수(斬首) 당한 것도 아니다. 그저 여론을 의식해 ‘자리’ 하나 내놓았을 뿐이다. 오죽하면 사퇴하자마자 벌써부터 특보로 청와대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그는 물러나면서도 ‘책임진다’는 말은 하지 않고, 대신 ‘대통령께 누가 돼 죄송하다’고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보협정 밀실ㆍ꼼수추진에 대한 책임보다는 한일 군사협정의 배경이 ‘친일’이란 비난 때문에 한 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그는 2001년 논문에서 “(일본) 자위대가 주권국가로서의 교전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단히 편협하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은 장관급 이상의 문책을 기대했겠지만, 그가 가진 권력의 무게가 장관이나 총리 이상이니 권력핵심의 문책이라 할만도 하다. 어째든 그의 사퇴로 김황식 국무총리, 김성환 외교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국무위원들은 문책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과 대통령후보였던 시절부터 ‘소년책사’로 불리며 최측근에서 보좌했고, 정권 출범 후에는 MB외교안보 정책 ‘그 자체’였다. 정치는 이상득, 경제는 강만수, 외교안보는 김태효라고 할 정도로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은 절대적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시절 그를 경질하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임 실장님이 나를 자를 수 있나 두고 보자”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그는 철저한 한미동맹 신봉자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3자 동맹의 추종자다. 현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도 그의 선택이었다. 외교안보 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도 그의 손때가 뭍어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그리고 지난 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작품에는 늘 ‘불통’의 비난이 따랐다. 그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소통보다는 불통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점에서 ‘주군(主君)’인 이 대통령을 빼닮았다. 이번 한일 정보협정 미공개 체결이 논란이 된 후에도 그는 ‘며칠만 얻어 맞으면 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이쯤되면 소통령(小統領)이자, 불통령(不通領)이라 할만하다.

일단 그가 물러났지만, 그가 주물러온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기획관을 위해 만들어진 대외전략기획관의 후임도 없다. 외교부 실무선에서 문책 인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외교수석, 외교장관, 국방장관 등 그를 뺀 외교안보 핵심라인은 그대로다. 청와대와 정부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보협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된 미국과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도 진행형이다.

‘기획관 김태효’는 이제 없지만, 여전히 그는 대통령의 장자방이고 제갈량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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