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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직원, 10년 버티기 어렵다...잦은이직으로 파리목숨. 정년보장되는 금융공기업과 양극화
뉴스종합| 2012-07-10 10:04
[헤럴드경제=양춘병 기자]고액 연봉으로 타업종 종사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금융회사 직원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강산이 한번 변하기도 전에 직장이 바뀌는’ 짧은 근속연수가 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다해도 한 직장에서 채 10년을 버티기 어렵다면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고용 안정성이 직장 선택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금융회사를 더 이상 ‘꿈의 직장’ 이라 부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1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업계 가운데서도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곳은 증권사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9.8년) 현대증권(9.6년) 등 일부 증권사가 9년 이상의 근속연수를 기록했지만 상당수 증권사 직원들은 5년도 못돼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잦은 이직이 보편화하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영업 사원이 한 회사에 5년만 일해도 ‘많이 다녔다’는 소리가 나온다.

카드와 보험업계에서도 후발업체에 다니는 직원들은 5년을 전후해 짐을 싸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성과급 제도가 발달해 스카우트가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 이라며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은 러브콜을 받기도 하지만 증시가 좋지 않을 때는 인력감축 대상 1순위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근속연수가 긴 곳은 이직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은행이었다.

SC은행은 직원의 평균 근로연수는 17.4년으로 현대차(17.5년) 같은 제조 대기업 수준이었다. 뒤이어 외환은행(17.2년), 기업은행(16.2년), 우리은행(16.0년), 국민은행(15.7년), 신한은행(13.6년), 씨티은행(13.0년), 하나은행(11.1년) 순이었다.

‘파리목숨’ 같은 금융권내에서도 연봉과 안정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곳도 있었다.

금융회사와 공기업의 장점을 모두 지닌 금융공기업은 근속연수에서 일반 금융회사들을 크게 따돌렸다. 한국거래소 등 금융공기업 9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으로, 매우 높은 직업 안정성을 누리고 있다.

근속연수가 일반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정년이 보장된다는 공기업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매매 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1980년대 후반 대규모로 입사했던 직원들이 현재도 상당수 남아 있어 근속연수가 길다”고 말했다.

거기에다 연봉 수준이 아주 높아 50대 초반이면 은퇴해야 하는 사금융권으로 이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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