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자 모임‘ 유선회’ 이용진 회장이 추억하는 湛然
유선회(維鮮會ㆍ선경직물 퇴직자 모임)의 이용진<사진> 회장은 담연 최종건 창업회장을 그렇게 추억했다. 1929년생인 이 회장은 담연과 불과 세 살 차이. 1955년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에 입사, 1979년 계열사인 해외섬유 상무로 퇴직했다. 담연의 측근 중 한 사람이다.
이 회장은 1942년 담연을 처음 만났다. 그는 산수(傘壽ㆍ80세)가 넘은 나이에도 70년 전 일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소학교(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이 열넷에 수원 평동으로 와서 선경직물에 입사해 회장님을 처음 만났지. 당시 회장님은 생산조장이었고, 나는 조수였어. 회장님은 혼낼 땐 따끔했지만, 쉴 때는 나랑 공장 사람들 데리고 서호천으로 천렵(川獵ㆍ냇물에서 고기잡기)을 가서 매운탕도 끓여 먹으며 기분전환시켜 주고 그랬어.”
이 회장은 담연에게 고마웠던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중 두 가지를 들려줬다. 그가 6ㆍ25 전쟁 때문에 입대했다가 1955년 제대하고 나서의 일이다. 그는 “인사차 공장에 들렀더니 회장님이 직기를 고치고 있었다”면서 “회장님이 ‘휴가 나왔니’ 하고 묻기에 ‘제대했다’고 답했더니 ‘취직 자린 있냐’고 또 묻더라. ‘딱히 없다’고 했더니 ‘그럼 내일부터 나와’라고 해서 바로 다음날 출근했다”며 속정 깊었던 담연의 모습을 떠올렸다.
두 번째는 이 회장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다. “1961년 ‘5ㆍ16’ 직후였을 거야. 군사정부에서 영구차 이동까지 막아서 어떻게 장사를 지내나 걱정이었어. 근데 회장님이 ‘용진아, 걱정 마라’ 하는 거야. 회장님이 수원시에 사정하고, 회사 소유 일제 이스즈 트럭에 아버지 영구를 모셔서 무사히 장례를 치를 수 있었지.”
이 회장은 담연이 직원들을 끔찍히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회장님은 기분 좋은 날이면 여자 직원에게 껌과 알사탕을 사서 나눠줬고, 남자 직원들과는 오징어 안주에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며 “결혼하는 여공에게는 이불감에 심지어 재봉틀까지 선물했다”고 전했다.
담연이 ‘타고난 사업가’라고도 회고했다. 이 회장은 “회장님은 양복 안감을 생산할 때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금방 알아챘다”며 “덕분에 선경의 양복 안감은 동대문시장에서 알아주는 물건이 됐다”고 했다. 이어 “비수기인 하절기에 공장이 40~50일씩 쉬어도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남자 직원들과 함께 공장을 보수하고 신공장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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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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