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아웃렛
폭염의 ‘반란’ …유통가 체질도 바꿨다
뉴스종합| 2012-08-09 11:06
채소값 생협<대형마트 가격 이례적 역전
대형마트 판매 1위 커피믹스 ‘수박’에 밀려
장보기 피크타임도 오후 8시~10시로 변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유통가의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렬하는 태양 탓에 작황이 부진해진 채소는 가격이 급등해 대형마트보다 유기농매장에서 더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년째 대형마트 매출 1위였던 커피믹스는 수박에 권좌를 내줬다. 열대야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꿔 버려 대형마트 피크타임이 기존보다 4시간가량 늦춰졌다.

▶채소값, 대형마트>유기농 매장=국내 대표 유기농 매장인 초록마을의 상추값은 지난 8일 기준으로 1봉(150g)에 1600원이다. 롯데마트의 2000원보다 무려 400원이나 저렴했다.

상추ㆍ배추 등을 모아놓은 쌈채소 값은 초록마을에서 1800원(200g)이었으나 홈플러스에선 2990원이었다. 오이가격도 초록마을의 5개들이 제품이 4200원인 것에 비해 이마트의 강원도 백오이 5개들이는 4280원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표방해 마트보다 가격대가 높았던 유기농매장의 채소값이 이처럼 싸진 건 폭염 영향으로 분석된다. 무더위로 녹색채소의 ‘작황부진→공급부족→도ㆍ소매시장 가격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도매시장에서 상추는 이달 들어 전달에 비해 40% 올랐고, 이마트에선 상추 1봉(200g) 가격이 지난달 1380원에서 이달 1540원으로 한 달 새 11.6%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유기농 매장의 채소는 가격 변동없이 팔리고 있다. 이유는 농가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을 동결하기 때문에 폭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이 며칠 새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어서 채소공급 부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의 1위 커피믹스, 수박에 밀리다=가뭄과 폭염으로 시원한 수박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수박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마트가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상품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수박으로 집계됐다. 2008년부터 4년간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던 커피믹스는 2위로 내려 앉았다. 


이마트는 올여름 수박 350만통을 팔아 5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해 판매량(280만통)보다 25%나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수박이 날개를 달았다. 올 들어 7월까지 250만통을 판매했다. 170만통을 팔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가량 매출이 늘었다.

▶마트 매출 1위 시간대는 오후 8~10시=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피크타임은 오후 8~10시가 됐다. 통상 오후 4~6시였던 데서 4시간가량 늦춰진 것이다. 이마트의 시간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7월 30일~8월 5일 오후 8~10시의 매출이 20.3%로 가장 높았다. 오후 4~6시 매출은 19.5%였다. 오후 10시에서 폐장시간인 자정까지의 매출도 종전 10%에서 최근엔 14.2%까지 늘었다. 오후 8시 이후 장을 보는 고객이 3명 중 1명 이상인 셈이다.

이처럼 야간 고객이 늘어난 데엔 무더위와 열대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2주간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매출과 고객 수가 각각 10%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원ㆍ도현정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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