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지미추’를 꿈꾸는 아마추어, 프로를 제쳤다
뉴스종합| 2012-08-13 10:31
-명지대 정지아씨, 537대 1 경쟁률 뚫고 대상
-7개 수상작 중 아마추어가 5개 휩쓸어
-‘패션이 강한’ 롯데百, 공모전 인기 상한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537 대 1.’

롯데백화점이 실력있는 구두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3개월간 진행한 ‘제2회 구두 디자인 공모전’의 경쟁률이다.

TV의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 경쟁률에 필적할 만한 수치를 뚫고 대상을 받은 인물이 대학생이어서 관심을 끈다. 주인공은 대학생 정지아( 24ㆍ명지대 패션디자인과 4학년 휴학중)씨다.

이번 대상은 내로라하는 구두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내놓은 작품 40개와 아마추어 작품 497개를 경쟁시켜 걸러졌다. 아마추어가 프로페셔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정씨가 내놓은 디자인의 이름은 ‘캣우먼처럼 걷다(Walking like a cat woman)’다.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캣우먼’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원뿔 메탈 장식으로 강인함으로 나타내고 트임으로 날렵하고 세련된 느낌을 가미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다.

정지아 씨는 “프로 디자이너 분들까지 합쳐서 상을 주는 지는 몰랐다”며 “디자인을 예쁘게 봐주셔서 얼떨떨하고, 실제 구두도 내 생각과 비슷하게 나와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는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했지만, 구두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이번 공모전에 참가했다. 정씨에게 구두는 ‘재산 목록 1호’ 쯤 된다. 그는 “신발장에 있는 구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비오는 날엔 구두를 신지 않고 먼지가 묻으면 곧바로 닦는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 직업으로까지 연결시키는 당당한 신세대의 모습 그대로다.

그는 “‘지미추’나 ‘마놀로 블라닉’ 같은 명품 디자이너를 좋아한다”며 “앞으로 그런 구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씨의 작품은 이번 공모전 후원사로 참여한 15개 업체(탠디ㆍ소다ㆍ미소페 등) 가운데 한 곳에서 제작돼 오는 11월 롯데백화점 창립 기념행사에서 전시되며 매장에서 판매도 된다.

올해 공모전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상을 받은 총 7개의 작품 가운데 프로페셔날 부문의 수상작이 2개, 아마추어 부문 수상작이 5개라는 것. 신진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의 선전이 돋보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함께 롯데상품권(대상 200만원, 금상 80만원, 은상 50만원, 동상 20만원)을 준다.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모토로 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이 이같은 공모전을 진행하는 건 국내 백화점으로선 유일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돼 신진ㆍ현역 디자이너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백화점은 공모전 수상자들에게 전문디자이너로서의 길을 터주고 있다. 이번 아마추어 수상자 5명에게 우수 제화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취업이 어려운 요즘 다른 스펙 없이 실력과 열정으로만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에 실시한 1회 공모전 수상자는 구두 업체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심경섭 롯데백화점 잡화부문장은 “이번 콘테스트는 우수한 능력을 지닌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백화점에 젊은 감각을 불어 넣어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롯데백화점 만의 단독 상품도 개발할 수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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